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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를 이긴 부킹닷컴

관리자 |
등록
2023.09.04 |
조회
768
 
“플랫폼 공정화의 필요성”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글로벌OTA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상담 비율이 64.3%(5,844건)에 달한다며 대표적인 불만 사유는 ‘취소·환불 지연 및 거부(5,814건, 63.9%)’라고 밝혔다. 환불불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당시 부킹닷컴과 환불불가를 두고 소송전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글로벌 OTA에서 환불불가 상품을 사라지게 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판결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사건의 개요와 쟁점

【원고】
부킹닷컴 비브이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환 외 3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설이)

【판시사항】
네덜란드에 주소를 둔 온라인 숙박예약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인 갑 회사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된 숙소 목록의 ‘객실 유형’ 중 ‘조건’ 또는 ‘선택사항’ 항목에 ‘환불불가’라는 조건을 게시하여 고객이 환불불가 조항이 기재된 객실을 예약하였다가 취소할 경우 미리 결제한 숙박 대금을 환불받지 못하게 한 사실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환불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갑 회사에 해당 조항을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자 시정권고 불이행으로 다수의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환불 불가 조항과 관련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상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환불불가 시정명령 불복에서 출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당시 글로벌 OTA 중 아고다와 부킹닷컴을 대상으로 환불불가 약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2017년 11월에도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두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 이어가자 시정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2016년 하반기부터 두 업체를 포함해 인터파크, 하나투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호텔패스글로벌등 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약관을 점검하고 환불불가 조항을 적발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아고다와 부킹닷컴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1년 가량이 지나 시정명령을 내리게 됐다. 약관법에 따르면 시정명령 후 60일 이내에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그러나 부킹닷컴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사건번호는 서울고법 2019누38108로, 시정명령 취소소송이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부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위법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판결에 핵심이 됐던 것은 중개의 행위다. 환불불가를 부킹닷컴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실을 부킹닷컴에 등록한 숙박시설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부킹닷컴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대상이 잘못됐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재판부 “부킹닷컴은 등록 툴만 제공”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에서 부킹닷컴은 대한민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그 플랫폼 이용계약 및 숙박계약은 국제사법 27조의 보호대상이 되는 ‘소비자계약’에 해당해 대한민국의 약관법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불불가 조항 역시 약관법상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고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이라며 “부킹닷컴은 숙박계약의 어느 한쪽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불불가 조항을 숙박조건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숙박업체가 결정하므로,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업체의 약관이지 부킹닷컴의 약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부킹닷컴이 환불불가 조항을 마련했다고 볼 수 없고, 숙박업체를 대신해 숙박계약을 중개할 뿐, 부킹닷컴이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으로서 환불불가 조항을 제안하는 자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인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항과 관련해 약관법상 사업자가 아니므로,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라는 피고인 공정위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환불불가 조항이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켜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당시 중개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공정위와 부킹닷컴의 소송전은 결국 중개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약관법을 비롯해 국내의 모든 법률을 통틀어도 중개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고, 법률 자체가 없으니 재판부에서는 위와 같은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2019누38108 사건은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개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마련되면 2019누38108 판결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킹닷컴이 공정위를 이긴 2019누38108 사건은 공정위가 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내년 총선 이후에도 새로운 국회에서 재입법을 통해 논의를 지속해야 할 주요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2020. 5. 20. 선고 2019누38108 판결
[시정명령취소] 상고[각공2020하,562]

【주문】
1. 피고가 2019. 2. 11. 의결 제2019-032호로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갑 회사가 국내에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어로 된 플랫폼을 운영하고 국내 인터넷 검색포털 사이트 광고를 통해 영업활동을 하며 숙박업체는 갑 회사를 통해 국내에서 광고 등 영업활동을 하고 대한민국의 소비자가 국내에서 갑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플랫폼 이용계약 및 숙박계약은 국제사법 제27조의 보호 대상이 되는 ‘소비자계약’에 해당하여 강행규정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고, 환불불가 조항은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계약의 상대 당사자인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점, 갑 회사의 플랫폼에 접속하여 숙박상품을 선택한 다수의 불특정고객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게시된 점,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약관법 상의 약관에 해당하지만, 갑 회사가 약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숙박을 위해 체결한 계약의 한쪽 당사자여야 하고,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을 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자여야 하는데, 갑 회사가 숙박업체와 체결한 숙박시설 등록계약, 고객과 체결한 플랫폼 이용계약, 고객과 숙박업체가 체결한 숙박계약의 내용 및 취지, 갑 회사가 예약 과정에서 고객에게 고지한 내용, 숙박예약의 거래 방법, 숙박조건을 결정하고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며 숙박대금을 수령하는 주체가 모두 숙박업체인 점, 환불불가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금의 귀속주체도 숙박업체인 점 등을 종합하면,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고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이므로 갑 회사는 숙박계약의 한쪽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환불불가 조항을 숙박조건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숙박업체가 결정하므로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업체의 약관이지 갑 회사의 약관이라고 보기 어려워 갑 회사는 고객에게 자신의 약관으로서 환불불가 조항을 제안하는 자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갑 회사는 환불불가 조항과 관련하여 약관법상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다.

판사 이창형(재판장) 최한순 홍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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