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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 관리자들 몰래 열린 도박판

관리자 |
등록
2019.06.04 |
조회
2792
 
숙박업 관리자들 몰래 열린 도박판

호텔 객실에 고객이 출입해 있는 경우 시설 관리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당연히 CCTV 등을 설치하는 것도 불법이며, 도청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감시하는 것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이용료를 지불한 고객에게 객실은 사유공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용고객이 객실에 출입한 이후부터는 관리의 사각지대다. 시설물의 도난, 파손 등에 대해서도 이용고객이 숙박업소를 나간 이후 청소하는 과정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하물며 출입해 객실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객실 내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관리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박 행위 차단은 숙박업의 준수사항
그런데 법률에서는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도박이다. 현행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자 준수사항으로, 도박이나 그 밖의 사행(射倖)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객실에서 불법적인 도박 행위로 경찰에 적발될 경우 숙박업 경영자가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준수사항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보통 이러한 준수사항이 법에서 정해지면 경찰 등 공무원은 관리자가 사전에 도박 행위를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우선하기 보다는 법률적 내용을 근거로 처분부터 내린 후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형태로 업무를 진행한다.


이 같은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는 지역사회에서 소위 공무원들에게 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분결과가 바뀌지 않을 경우 다소 억울한 감이 있더라도 처분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조용히 처리하려는 경영자들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오래전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대법원은 호텔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리자가 모르는 도박 행위는 책임이 없다”
지난 1994년 1월 11일 대법원 선고(사건번호 93누22173)에 따르면 숙박업 경영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객이 도박을 한 경우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1994년 당시 공중위생법 제12조 제2항 제1호 (다)목에서는 ‘숙박업자는 손님에게 도박 기타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이 있다.

해당 사건은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1993년 당시 임검을 나온 경찰 공무원에 의해 객실 안에서 도박을 하던 4명의 고객이 적발됐다. 이에 당시 종로구청은 숙박업 경영자에 대해 준수사항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경영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숙박업자가 알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손님이 도박을 한 경우에는 숙박업자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영업정지 처분 무효의 판단을 내렸고, 종로구청의 항소로 대법원까지 사건이 넘어갔지만,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결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하는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은 숙박업 경영자가 고객들에게 도박을 하도록 하거나 도박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종로구청의 영업정지 처분은 위법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결국 숙박업 경영자는 객실 내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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