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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

관리자 |
등록
2019.12.02 |
조회
2705
 
임차인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

▲ 대법원
▲ 대법원

숙박업은 건축물의 일부를 점유해 운영이 가능하지만, 상당수의 숙박시설은 건물전체를 사용한다. 사실상 부지, 건축물, 영업허가가 모두 필요하며, 그 사이에서는 임대차계약과 위탁운영 의뢰에 따른 숙박업허가명의사용에 대한 위임 등 복잡한 계약 관계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감가상각(減價償却)을 고려하는 것과 같이 건축물에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 소재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본다.


모든 임대차계약에서 참조되고 있는 판례
지난 1993년 3월 26일 대법원에서 선고한 92다10081 사건은 ▲건축물 수리업무에 대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 관계 ▲숙박업허가명의 위임에 따른 지위 관계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의 점유자 배상책임 문제 ▲숙박업명의사용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의무에 대해 명시한 판례로, 이 사건 이후 비슷한 유형의 소송에서 참조되는 주요 판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핵심이 되는 내용은 특별한 상황에서의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 관계, 설치보존상 하자에 대한 점유자의 배상책임을 특정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단지 숙박업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에 참조되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상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에서 참조되고 있는판례다.

다수의 원고와 피고가 등장하는 이번 사건은 사건이 발생한 배경 보다 대법원이 상황을 법리적으로 해석한 내용이 더 중요하다. 사실상 임대차계약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임대인, 임차인 관계의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해당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치보존상 하자에 대한 점유자의 배상책임
먼저 대법원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는 소유자인 임대인보다 이를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점유자인 임차인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임차인은 건축물 소유자인 임대인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임차인이 임대인의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주의의무에 충실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대법원은 하자가 발생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수리비를 지급하고 그 수리업무를 임차인이 진행했을 때 임대인이 지휘·감독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피용자(노동계약 등으로 임금을 받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숙박업허가명의 사용을 허락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위탁운영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숙박업허가명의를 대리하도록 허락했어도 임차인을 지휘하거나 감독하는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로, 임대차계약 이상의 권한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숙박업명의대여자인 임대인이 숙박업명의를 빌린 임차인의 사용자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용관계란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관계만이 아니라 사실상 지휘·감독이 존재함으로서 족하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숙박업의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이 같은 사용관계는 성립이 어렵다. 운영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례는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법리적으로 해석한 주요 판례이지만, 동시에 임차인이 임대인의 재산보호를 위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 1993. 3. 26. 선고 92다10081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가. 임차인이 건물 소유자인 임대인으로부터 수리비용을 지급받아 건물을 직접 수리한 경우 수리업무에 있어 임대인의 피용자가 되거나 임대인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을 지위에 있게 되는지 여부(소극)

나. 위 “가”항의 경우 임대인인 건물소유자가 숙박업허가명의자를 대리하여 임차인에게 숙박업허가명의사용을 허락하였다면 임대인이 곧바로 허가명의자를 대리하여 임차인을 지휘·감독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지 여부(소극)

다.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한 점유자의 배상책임

바. 명의대여자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 및 공중위생법상 숙박업허가명의대여자에 대하여 명의사용자에 대한지휘·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임차인이 건물 소유자인 임대인과의 합의에 따라 임대인으로부터 수리비용을 지급받아 임차목적물인 건물을 직접 수리하였다고 하여 그 수리업무에있어 임대인의 피용자가 되거나 임대인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을 지위에 있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민법 제756조 제2항 소정의 “사용자에 갈음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란객관적으로 볼 때 사용자에 갈음하여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뜻하므로 위 “가”항과 같이 건물의 수리사무가 건물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행하여졌다면 수리사무는 건물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문제에 지나지 아니하며, 건물소유자가 숙박업허가명의자를 대리하여 임차인에게 숙박업허가명의사용을 허락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임대인이 곧바로 허가명의자를 대리하여 임차인을 지휘·감독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소유자보다는 이를 구체적으로 지배하는 직접적인 점유를 하고 있는 점유자에게 1차적 책임이있다고 할 것이고 점유자는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바. 명의대여자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는 명의대여자와 명의를 빌린 자 사이에 사용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러한 사용관계는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관계가 존재할 필요는 없고 사실상 지휘·감독이 존재함으로써 족하고, 나아가 그 지휘·감독관계는 사실상 지휘·감독하고 있었던 여부에 의하여 결정할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공중위생법상 숙박업의 허가는 시설물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허가명의를 양도하는 경우 등에도 양수인이 별다른 제한 없이 지위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숙박업허가명의대여자에 대하여는 명의사용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시인하기 어렵다.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피상고인 겸 상고인)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기각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주심) 김상원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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