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이 종료될 경우 임차인은 자신의 가게를 넘겨받을 신규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게 된다. 만약 매출이 높은 점포라면 액수는 더 높아지게 된다. 이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거래를 방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법률정보에서는 점포 갱신계약 때 신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철거 및 재건축 통보를 한다면 임차인 권리금 회수방해에 해당되는지 살펴본다.
1심에선 임대인… 2심에선 임차인에 손 임차인은 임대인과 2017년 5월부터 24개월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이 운영하던 점포를 권리금 1억1,100만원에 양수해서 운영했다. 임대인은 2019년 임차인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C(이하 피고)에게 건물을 매도했다. 이에 임차인은 피고에게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와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의사를 명확히 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피고는 이에 대해 ‘수년 내에 건축물을 신축하고자 기획하고 준비 중이다.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 보증금과 월세를 각 5% 증액하되, 갱신계약 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릴 것이며 신규 임차인과의 신규 계약시에도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신규 임차인 입장에서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임차인도 그 건물에 입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을 때,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권리금을 회수하는 행위를 간접적으로 방해한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임차인은 피고를 상대로 1억1,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고 점포에서 퇴거했다. 양측의 주장은 이렇다.
임차인은 피고가 계약갱신 또는 신규계약시에 계약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한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권리금계약서상의 권리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피고는 이에 대해 계약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한 것일 뿐이며 계약갱신 또는 신규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적이 없고, 임차인이 피고에게 신규 임차인 주선행위를 한 적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는 원고인 임차인이 패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임차인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피고가 다른 이들과 체결한 신규 임대차 계약·화해 약정서의 특양사항에 철거·재건축 계획에 관한 설명 조항을 기재하면서 평면도를 첨부한 사정만으로 상임법 제10조 제1항 단서 제7호 가목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의 내용증명서에서 ‘신규 임차인에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하고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며 임차인이 일부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 “계약 갱신 관련법과 별개로 봐야” 상가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최초 계약과 갱신 계약이다. 피고의 철거·재건축 계획은 최초 임대차계약 당시 통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에 해당하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고는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은 이 사건이 계약 갱신 요구 및 거절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과는 국면을 달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고는 45년이 지난 노후 건물의 철거·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고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피고의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피고에게 주선하였음에도 피고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관한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피고에게 제공한 적도 없었다.
노후 건물 임차시 주의해야 이 판례로 비추어 봤을 때,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할 수 있도록 신규 임차인에게 철거·재건축 계획을 정확하게 고지해야 할 것이며, 기존 임차인은 임대인의 철거·재건축 계획의 정당·당위성에 대해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기존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당시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 갱신의 권리가 있을지라도, 철거·재건축시 권리금 회수에 대한 보장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후 건물을 임차하는 경우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