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종업원의 범죄… 숙박업경영자의 책임 범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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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강 토막살인 사건’은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중소형호텔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투숙객을 상대로 저지른 범행이었다. 유족들은 가해자인 종업원과 책임자인 숙박업경영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중 숙박업경영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은 심급을 달리하며 법원의 판결이 달라졌다. 이번 법률정보에서는 숙박시설 종업원이 사업장 내에서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때, 경영자의 손해배상 범위와 면책 조건 등을 알아본다.
가해자인 종업원은 해당 중소형호텔에서 2년여간 근무 중이었다. 그러던 중 새벽 6시께 투숙객으로 온 피해자와 다툼이 일어나며 사건은 시작됐다. 피해자는 종업원에게 숙박비를 깎아달라며 머리를 들이밀고, 주먹으로 종업원의 배꼽 부위를 여러 번 가격했다. 이에 종업원은 격분하여 살의를 품게 되고 같은 날 8시께 마스터키를 이용해 피해자의 방으로 들어가 살해했다. 이후 3일간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손괴하고 이를 한강에 던져 은닉했다. 하루 뒤 표류 중인 몸통 시신이 발견되고 수사망이 좁혀지자 종업원은 경찰에 자수했다. 지법 “경영자 책임 인정… 가해자와 공동 배상 의무” 피해자의 아내와 아들을 포함한 유족 5명은 종업원과 경영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종업원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 또는 그의 가족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용자인 경영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종업원과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주문했다. 법원은 민법 제756조에 명시되어 있는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는 조항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종업원이 범행을 저지른 장소가 경영자가 운영하는 객실 내부이고, 사건 발생시간도 근무시간인 오전 8시경으로 시간·장소적으로 호텔 관리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종업원으로서 소지가 가능했던 마스터키를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도 관련성이 크게 인정됐다. 민법 제756조에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라는 면책조항도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영자가 고객과의 분쟁 발생 시 대처요령에 관한 직원 교육 매뉴얼을 둔 사실 등이 일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면책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참작 사유가 인정돼 손해배상책임이 일부 줄어들게 된다. 항소심 “경영자에 과실상계 적용 70% 책임 인정… 손배액에서 유족구조금 공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종업원에게는 여전히 100%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었지만, 경영자에게는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되 과실상계를 적용, 70%로 책임을 제한했다. 종업원이 투숙객을 고의로 살해하는 범행까지 예견하고 방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또 원심과 달리 고법은 피해자에 대한 과실도 인정했는데, 피해자가 먼저 배꼽 부위를 가격하는 등 폭행을 시작하고,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고 입실하는 등의 언행이 범행 발생에 있어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법은 최종적으로 종업원에게 4억 9,000여만원 경영자에게는 3억 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액을 부과했다. 다만, 손해배상금액에서 공제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유족구조금이다. 유족구조금은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범죄로 피해를 입은 유족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목적으로 한다. 피해자의 아내가 이미 받은 유족구조금은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 또는 손해를 전보하기 위해 지급된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소극적 손해의 배상과 같은 종류의 금원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 “유족구조금 공제, 범죄자에게만 적용돼야” 결론적으로 대법은 피해자의 부인과 아들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에서 범죄피해구조금은 다액채무자이자 범죄자인 종업원이 부담하는 부분에서만 공제해야 하고, 과실상계가 적용된 경영자의 채무 부담 부분에서는 공제할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 경영자에 대한 손해배상액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즉, 종업원과 경영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연대 채무가 아닌 서로 다른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데, 이를 공동으로 공제하는 것은 부진정연대채무의 성질에 반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범죄자로부터 충분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신속하고 간편하게 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범죄피해자구조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텔 종업원이 사업장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드물지 않다. 물품 절도부터 시작해 객실에 촬영 장비를 몰래 설치해 불법 촬영·녹음을 하거나 혼자 잠든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하고 최악의 경우 방화나 살인까지 일어난다. 이런 경우 숙박업경영자는 피해 보상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어 엄청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모든 객실에 들어갈 수 있는 마스터키는 범죄 도구로 전락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해소되지 않는 채용 불안도 문제다. 숙박시설은 투숙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고, 내밀한 공간인 만큼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일각에서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숙박시설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체계적인 대비를 통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해야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직원교육 매뉴얼 비치, 정기적인 객실 점검 등 관리 감독에 주의를 기울여 면책 사유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숙박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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