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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유치권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

관리자 |
등록
2024.05.29 |
조회
472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계 수리점이 고객으로부터 시계 수리를 의뢰받아 작업을 끝냈는데, 고객이 수리비를 주지 않자 수리비를 지급하기 전까지 시계를 돌려줄 수 없다며 권리 행사에 나서는 것이 바로 유치권 행사다. 그렇다면 시계가 아닌 호텔이라면 어떨까?

 

경매로 넘어갈 수 없었던 호텔
숙박업 경영자들의 호텔 유치권 행사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돕기 위해 살펴본 ‘대법원 2011다44788’ 판결은 해당 사건의 원고인 은행이 호텔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호텔을 경매에 붙이던 과정에서 피고1인 A와 피고2인 B가 유치권을 행사하자 경매 절차가 중단됐고, 은행이 A와 B를 상대로 유치권이 없다며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간단히 설명하면 해당 사건은 호텔 소유주가 건설회사에 공사대금을 갚지 못해 발생했다.

A와 B는 사건 호텔의 소유주가 신축공사를 의뢰한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다. 말 그대로 호텔은 건설사에 공사를 맡겼고, 건설사는 도배는 도배업체에, 목공은 목공업체에 일을 맡기듯 하도급을 준 것이고, A와 B는 수많은 하도급 업체 중 한 곳이다. 문제는 호텔 소유주가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건설사에 나머지 공사대금을 갚지 못했다는 점이다. 건설사가 대금을 받지 못하니 하도급 업체들 역시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건설사는 가운데서 유치권을 포기함으로써 분쟁에서 빠져나왔고, 하도급 업체인 A와 B는 밀린 공사대금이 채권으로 작용하며 호텔의 매매와 영업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유치권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있다. 호텔 소유주와 은행이다. 호텔 소유주는 공사대금만 밀린 것이 아니라 은행에 돈도 갚지 못했다. 은행은 호텔 소유주에게 대출을 실행하며 이미 호텔과 부지에 대해 근저당권설정등기까지 마친 상태다. 결국 은행은 채권자로서 호텔에 대한 경매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A와 B가 유치권을 행사하자 경매는 중단됐고, 은행은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은행은 A와 B에게 유치권이 없다며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지만, 전국 곳곳에서 목격되는 폐 호텔은 본 기사에서 다루는 복잡한 채권, 유치권이 설정된 경우가 많다.

“핵심은 A와 B에게 유치권이 있느냐”
대법원 판례의 핵심은 유치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은행은 A와 B에게 유치권이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A와 B는 유치권이 있다며 맞선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에게는 유치권이 있지만, B에게는 유치권이 없다고 봤다. A는 토목공사와 내부 공사를 마친 하도급 업체고, B는 호텔의 외부 간판을 작업한 업체다. 밀린 공사대금의 채권 규모도 A는 9억9,022만원 상당, B는 4,843만원 상당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대법원은 A에 대해 유치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건설사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호텔의 매매와 영업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았던 점, 영업을 중단한 이후 직접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호텔을 점유하고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 비추어 보면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B가 해당 사건 호텔의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고는 인정했지만, 건물의 옥탑, 외벽 등에 설치된 간판의 경우 건물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물건이라는 것이다. 간판은 과다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건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이 주된 논지다. 더 쉽게 설명하면 간판은 건물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아닌 탈부착이 가능한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고로 건축물을 경매에 붙이는 과정에서의 유치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텔 유치권은 유치권을 행사하게 된 경위에서부터 관계인들의 관계, 실질 지배의 계기와 상황, 직접적·간접적 점유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사회 관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며, 채권의 성격상 건축물과 물건 등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즉, 채권이 형성된 어떤 물질이 건축물의 일부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고, 실질 지배, 점유에 이른 전후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야 유치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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