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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시 경영자의 책임과 손해배상범위

관리자 |
등록
2019.10.28 |
조회
2960
 
화재 발생 시 경영자의 책임과 손해배상범위

▲ 대법원

호텔을 경영하는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고객들에게 신체적, 물리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 안전사고의 경우에는 화재의 원인, 고객 또는 경영자의 책임소재와 더불어 사회 통념상 보편적 의무사항까지 고려할 경우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무엇보다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숙박업 경영자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책임,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법률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 1994년 1월 28일 선고한 93다43590 사건에 대한 판결은 현재도 법원에서 숙박업 경영자와 투숙객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주요 판례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93다43590 사건은 숙박업자의 투숙객에 대한 보호의무의 내용과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판결의 요지 자체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건의 개요
먼저 사건은 지난 1990년 3월 18일 서울 도봉구 미아동 소재의 한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해당 여관의 투숙객 A씨는 여관 2층 205호실에 투숙하다 다음날 아침 여관 2층 복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연기를 발견하고 창문으로 탈출하기 위해 유리를 깨려했지만, 여의치 않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문을 열어 탈출하다 복도에서 화염 및 가스 등으로 전신화상을 입고 질식 사망했다.

또한 A씨와 동숙한 투숙객 B씨는 A씨를 따라 같은 방법으로화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복도에서 질식해 병원으로 이송된 후 치료 중 사망했다. 또 다른 투숙객 C씨는 창문을 뜯고 나와 탈출했으며, 투숙객 D씨는 화재발생 지점과 거리가 멀어 화재연기와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복도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여관경영자는 2층에서 연기를 발견하고 처에게 화재신고를 하게 한 뒤 소화기를 들고 배전판의 스위치를 내린 후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연기가 이미 복도에 가득 차 계단 끝 마지막 두 번째 계단에 서서 “불이야”라고 소리지르며 소화기로 불을 끄다 연기가 심해 밖으로 나왔다. 사건 발생 후 경찰조사에 따르면 여관의 2층 복도 바닥에는 불연성 자재인 모노륨으로 마감되어 담뱃불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기 누전 흔적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원심판결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원고 A, B, C, D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여관 경영자에게 사망한 A와 B씨에게는 28,109,772원, 다행히 화를 면한 C씨와 D씨에게는 18,739,848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여관 경영자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뤄지게 됐다.

경영자와 투숙객은 임대차계약 관계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숙박업 경영자와 투숙객의 관계는 일종의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이라고 판단했으며,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 공간은 오로지 숙박업 경영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통상의 임대차계약과 같이 단순히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의무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인 의무로, 숙박업 경영자가 이를 위반해 고객의 생명, 신체를 침해해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대법원이 숙박업 경영자와 투숙객의 이용계약을 일시적인 임대차계약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며, 숙박업 경영자는 투숙객에게 생명, 신체를 침해해 손해를 입히지 않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과 관련시설을 제공해야 할 보호의무를 지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숙박업 경영자는 화재로 인한 대처가 미흡하거나 소방안전시설이 미흡한 경우, 화재로 인한 적극적인 대처와 피난·구호 활동이 부족하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사망사고, 신체적 피해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화재원인의 책임이 투숙객에게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결국 숙박업 경영자와 관리자가 투숙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관리하며, 사고 발생 시 적절한 조치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숙박업 경영자는 평소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한 피난·대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소방안전시설에 대한 관리의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판결이다.


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판시사항】
숙박업자의 투숙객에 대한 보호의무의 내용과 이를 위반한 경우의 책임

【판결요지】
공중접객업인 숙박업을 경영하는 자가 투숙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일종의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으로서,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 공간은 오로지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것이므로 숙박업자는 통상의 임대차와 같이 단순히 여관의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의무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인 의무로서 숙박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고객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

【참조조문】
상법 제151조, 민법 제653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7.20. 선고 92나6434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김상원(주심) 윤영철 박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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