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공간 흥행을 만드는 공간기획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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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석 더휴식 이사/스페이스플래닝 대표이사 숙박공간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멋진 인테리어? 휘황찬란한 가구? 넉넉한 예산? 누군가는 이 모든 게 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모두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 없이 흥행 공간을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공간기획자 입장에서 실현이 가능한 지 살펴보자. <편집자 주> 공간기획자란? 공간기획자라는 직함은 다소 낯설 수 있다. 공간을 구성하고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면 대체로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공간기획자를 이렇게 설명한다. ‘공간이라는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하는 사람’, ‘공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공간은 두 가지 테마로 분리해 정의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는 말 그대로 실물 공간을 뜻한다. 공간의 인테리어와 소재, 가구 등이 하드웨어의 주요한 구성 요소다. 한편 소프트웨어는 실물 공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말한다. 공간 디자인에서 더 나아가 공간의 콘셉트와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것. 실물 공간 그 이상의 가치 달성이 소프트웨어의 지향점이다. 공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하게 연결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꾸려 나가는 것이 공간기획자의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야만 공간이 그 자체로 흥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커리어 내내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공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그리고 공간기획의 중요성이 이 믿음의 근간이다. 공간기획자가 만든 모텔 다양한 공간 사업 중 왜 모텔이었을까? 야놀*에서 직접 근무했던 경험을 가장 큰 이유로 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사업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수 없다. 내가 모텔 사업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이유는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겠다는 확신 덕분이었다. 유명한 카페나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상업 시설에는 이미 트렌디한 감각의 공간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모텔 시장은 예외이다. 힙한 모텔, 핫플 모텔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그렇다고 젊은 감각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모텔의 주 고객 층이 젊은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카페나 팝업 등을 기획하는 시장보다 모텔을 비롯한 숙박업 시장이 운용하는 자본금과 공사 부지, 즉 파이가 월등히 크다는 것도 가능성을 발견한 지점이다. 아무리 공간기획에 힘쓴다고 해도 카페 같은 사업은 건물주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숙박업은 기본적으로 건물 한 채를 소유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땅도 매우 넓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용기를 준 것은 모텔에 대한 박식한 인사이트와 공간기획자로서 감각을 합쳤을 때 대한민국 모텔 시장에서 특별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그렇게 모텔에 공간기획, 브랜딩을 접목하며 신진화를 도모한 사업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정한 철칙이 두 가지 있다. ① 수장공사를 줄일 것 ② 우선순위를 확실히 할 것 기존의 수장공사는 실용적인 기능 없이 공간을 꾸미기 위해 하는 공사 비중이 높다고 생각했다. 고가의 자재를 많이 쓰거나, 침대 헤드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수장공사의 일차적 문제는 시공비의 상승이다. 하지만 모텔 사업에서 시공비 상승은 단순히 끝나지 않는다. 시공비를 모텔 운영을 통해 메꿔야 하는데, 실용성 없이 장식용으로 진행된 수장 시공비는 운영으로 메꾸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해도 모텔은 5성 호텔에 비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필요 이상의 수장공사를 진행할 수록 수익률 하락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한국 모텔 사업의 원조 격인 일본의 러브호텔이 수장공사의 대표적인 예다. 그 사업 모델을 가져왔기에 한국 모텔도 수장공사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수장공사야말로 모텔을 사업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거둬내고 공간에 방문하고 싶은 실질적 가치를 부여해야 했다. 여기서 두 번째 철칙, 우선순위 선정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모텔의 우선순위에 대해 객관적으로 고찰해 보게 된 것이다. 결론은 간단했다. 인테리어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최고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였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모텔의 매출을 올리거나 시공 비용을 내려야 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전부 달성하기로 했다. 우선 꼭 필요한 수장 공사만을 진행하기 위해 그야말로 도화지 같은 인테리어 레이아웃을 짰다. 그렇게 구성한 레이아웃에 모텔 주변 입지 분석과 고객 분석, 고객 동선 등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일링과 기획을 입혔다. 이 기획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시 한 것은 콘텐츠다. * 다음 호에 이어서 연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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