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진] 견디는 힘과 포기하는 용기
|
코로나19로 숙박업도 일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수요가 한정적인 내국인을 대상으로 6만여개에 달하는 숙박시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는 어떤 비전을 그려야 하는 것일까? 고상진 대표가 이러한 고민을 칼럼에 담았다. <편집자 주> 가을은 영원히 가을이라 생각했습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부터 입동까지의 기간을 말하며, 맑은 날씨가 오래 이어집니다. 비 오는 날이 줄어드니 습도가 낮고, 산과 들이 불긋한 단풍과 풍성한 오곡으로 뒤덮인 사계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그 가을 말입니다. 그러한 계절의 변화마저도 기존과 달라진 풍경입니다. 코로나가 촉발한 세상의 변화가 사고체계의 근간까지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급격한 변화의 시류 속에서 사라지는 것과 새로이 나타나는 것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명동이나 동대문에서 캐리어를 끌며 걷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니 관광의 목적으로 입국하거나 심지어는 출국하는 사람조차 사라졌습니다. 빽빽이 들어찬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 인파도,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던 술자리도, 대학가의 축제도, 진주의 유등축제도, 강릉의 단오제도, 청도의 소싸움까지 다채로웠던 몇만개에 달하던 지방의 축제도 사라졌습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이, 배달대행과 넷플릭스가 소란스럽게 과거를 뒤덮어갑니다. 명동의 한산한 공간에 5G의 속도로 떠다니는 전파의 신호만 가득합니다. 숙박업계도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강제로 내몰리는 변화이거나 퇴출에 관한 이야기만 무성합니다. 모텔의 고유영역이라던 대실 서비스의 특급호텔 도입이라거나, 휴업기간 동안 폐가 수준으로 무너져간다는 호텔의 소식이거나 엄청난 매출의 감소로 사라져야 할 업계의 소식 따위들입니다. 달구어지던 공유숙박업의 열기는 차치하고 에어비앤비로 대변되던 게스트하우스 창업의 부재까지도 그 소식의 한쪽 귀퉁이조차 자리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 무너진 폐허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내세운 키오스크 서비스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휴업 중인 PC방의 대체재로 변신한 모텔의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이 사물의 본질은 아니겠지요. 표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해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상황일 뿐입니다. 주변 상황에 맞추어 피부색을 변화시켜 격랑 속에서 생존하려는 카멜레온과 같이 숙박업도 그러할 뿐입니다. 사라지는 것은 이렇게 가다간 결국 완전히 사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행할 수 있는 고육지책입니다. 본질은 일시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이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듯이, 작은 규모의 자영업이든 큰 규모의 기업이든 모든 자본주의의 영리업체는 이윤을 추구하고 영속적으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환경에 맞서 응전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단발성으로 전해지는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는 그 본질의 실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쉽게 소비되는 가벼운 관심들에 천착할 뿐입니다. 2020년 통계치가 마련되는 시점에서야 과연 얼마만큼의 매출하락과 손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평균치가 나오겠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평균이라는 데이터가 현재 위기나 불안에 대해 일시적인 위로는 될지언정 내 손실을 대리변제 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나에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절박한 고민과 그에 따른 행동이지, 잠시의 위안이 되는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 수준의 기사나 세상에 대한 원망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 부쩍 새로이 대두되는 기이한 사업방식이나 플랫폼, 또는 첨단의 신기술을 응용한 마케팅도 해결방안은 아닙니다. 그저 기존의 것에 대한 결합이거나 응용에 불과할 뿐이었고, 자본의 유동성에 기인한 넘쳐나는 재원을 동원했거나 별단의 지원을 통한 첨단의 광고로 포장한 허울의 상품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어떻게 내 업소를 홍보할 것인가, 고객을 유인할 것인가, 객실을 판매할 것인가 하는 방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거기에 판매망을 추가하거나 유통망을 한 단계 더 인입하여 가치사슬을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한 사슬망에 포집되었을 때 우리 이윤의 큰 토막을 분배하거나 강탈당할 뿐입니다. 지금은 견디거나 또는 포기해야 합니다. 새로이 시작하거나 투자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물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코로나 이후의 시점을 대비해 투자한다는 것은 요행을 부추기는 바람잡이의 손에 이끌려 투전판에 들어선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견딘다는 것은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지, 혹시 모를 경우의 수를 가정해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유사 이래 다시없을 유동성의 금융상황입니다. 과거의 투자비용 혹은 호가에 연연하지 말고 투매하는 것이 포기입니다. 매몰비용에 묶여 억울하고 아쉬운 감정에 질질 끌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포기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서 과감하게 선택하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상황판단입니다. 가을의 초입에 겨울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기존과 다른 가을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그게 순응입니다. 순응하면서 견디거나 포기해야만 더 혹독한 겨울을 버틸 수 있습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 상 진 대표 저작권자 © 숙박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ww.sukbakmagazine.com |
이전글 | [박기현] 코로나시대의 디지털 라이프 이해하기 |
---|---|
다음글 | [이길원] 현금 5억 있어요. 모텔하고 싶어요!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