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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진] 숙박업 변화의 전조

관리자 |
등록
2020.09.02 |
조회
3938
 

최근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하계 휴가철을 맞이해 반등했던 숙박업의 경기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여름이면 끝날 것이라는 코로나19가 하반기를 넘어 내년과 내후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결국 중소형호텔은 장기전을 대비한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번 칼럼에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담겼다. <편집자 주>

지진은 짧게는 몇 달 전부터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 전조를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조로 익히 알려진 동물들의 이상행동이나 지하수 수위 변화, 특정 전파발생 등이 있으나, 이 현상들이 지진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입증은 아직 어렵습니다. 또 언제 어디에서 지진이 발생할지 전조현상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학도 이러한데 사회적 변화에 대해 몇 가지 징후만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조는 사건 발생의 개연성을 높이는 의심할 수 없는 신호입니다. 따라서 변화의 전조를 관찰하고 대비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일입니다.


서울 휘경동에 위치한 ‘베니키아 케이피호텔’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되어 2019년부터 글로벌 코리빙하우스인 ‘드웰’의 동대문지점으로 바뀌어 영업 중입니다. 또 2015년 신축되어 운영하던 종로구 숭인동 207-32번지의 ‘베니키아호텔 종로’가 청년임대주택으로 전환한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케이피호텔’은 2002년도에 준공되어 호텔의 개보수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베니키아호텔 종로’는 신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변화를 모색하였기에 숙박업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았습니다. 신림 역세권이나 봉천동 일대 숙박촌의 많은 모텔들이 오피스텔로 변모하던 시점도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당시의 변화는 수익형 부동산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개발이익이 운영손익을 무시할 만큼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호텔의 구조나 용도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숙박업을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숙박업의 근본적인 시장변화와 비용증가라는 측면, 그리고 민박업 같은 유사숙박업의 확산에 따른 대체제의 증가와 이로 인한 경쟁력의 상실 등 여러 면에서 숙박인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유에서 경험적 사용이라는 형태로의 구독경제가 전 방위의 영역으로 확산 중입니다. 차량, 사무실 등에 더해 심지어는 창업의 형태까지 공유주방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굳건할 것 같던 주택임대차 분야에서도 에어비앤비에 더해 임대차 기간의 벽을 허물고 렌트기간의 단기화를 시도하며 숙박업 시장영역에 접근하고 있고요. 장기숙박과 단기임대차의 기간이 같아지고 있고, 그로 인해 숙박과 주택임대차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공중위생관리법이 행정 단속에서 적용하는 숙박업 서비스의 범위는 청소 및 비품 제공 등의 객실서비스와 객실판매를 위해 홍보판촉을 하는 곳이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의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인가 아닌가로 구분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코리빙하우스니 쉐어하우스 등의 임대업도 룸클리닝 서비스에 더해 임차인 모집의 채널에 OTA를 활용하는 것까지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서비스 영역에 음영이 극단적으로 대조됩니다. 그늘진 곳은 음성화된 사업영역에서 겨우 벗어나긴 했지만, 이제는 퇴물 취급받는 과거 산업의 영역으로 소멸되어야 한다 하고, 대조되는 다른 면은 4차산업의 영역으로 한번 생산된 재화를 다수가 공유하여 자원 활용을 극대화한다며 칭송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상품을 어떻게 판매하고, 누구에게 판매하며,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는가에 따라 극단적 비교가 되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강서구에 위치한 중대형의 호텔을 대상으로 변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한다는 측면과 아직은 숙박업이 비교군인 임대업의 수익성보다는 월등하다는 생각에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생활숙박업이나 가족호텔업으로 전환하여 코리빙하우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숙박업의 건축물로서의 활용의 강점은 부대 공간에 있습니다. 그 부대 공간을 커뮤니티 공간과 코워킹 스페이스인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등으로 바꾸는 것은 숙박고객과 임차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트랜드의 한 면이고, 모호한 경계를 분명한 이익으로 대치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기획입니다.


경계의 모호함은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측면에서는 실이 되겠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또 다른 관점에서는 양쪽의 이익을 함께 취할 기회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단편적인 사례를 전조로 포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숙박업은 끝모를 위기상황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코로나의 종식을 염원하며 밑도 끝도 없는 희망 회로만을 돌리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다시 이전으로 회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비로 숙박산업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을 미세한 변화의 전조를 감지해야 합니다. 그 변화를 기반으로 하여 피해에 대비하고, 적극적인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이 2020년 대한민국 숙박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과제입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 상 진 대표
공간이노베이션(주)
한국형 게스트하우스 및
비즈니스 호텔 가맹점 60여개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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