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진] ‘새로운 문화 플랫폼’로서의 호텔 혹은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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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 플랫폼’로서의 호텔 혹은 모텔
경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대적 흐름과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하여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시도해야 할까? 이번 칼럼을 함께 살펴보며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편집자 주> 담아내기와 비워내기 숙박업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호텔이든 모텔이든 그것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힘이 듭니다. 처음 ‘이코노미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정의하고 구미에서 직영공사를 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동래장’이라는 모텔을 우리의 호텔로 개조하는 공사를 맡고 있던
협력업체의 현장소장이 ‘기존의 모텔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가벼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연한 질문이었고 쉬운 대답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도 답하지는 못했습니다. 고심 끝에 내어놓은 답변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호텔은 더 이상 성인용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우린 가족만 받을 것이므로 기존의 모텔과는 차별화된 호텔이라고 말입니다. 처음 숙박업종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바뀐 문화를 수용할 틀로서의 새로운 숙박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이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패턴이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숙박업소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답답함에서 사업의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담기 보다는 비울 생각을 먼저 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무엇을 비울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습니다. 카운터에 딸린 소위 ‘내실’이라는 것, 그리고 잡다한 성인용품들과 자판기, 그리고 입구나 객실에 걸려있는 나체의 그림들이 우선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들을 비워내고 난 후 새로운 무엇인가를 담아야 했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어렵게 풀면 무척이나 고단한 식자들의 이론이 되어 버리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개념의 문화가 아니라 상품을 대하는 소비의 습성을 숙박업에 대입해보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호텔이나 모텔 혹은 펜션이나 콘도미니엄을 구분해서 찾는가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숙박업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필요에 대한 분석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러한 분석에 대한 소비의 패턴을 보아야 소비자의 구매라는 토대 속에 상부구조로 형성될 새로운 문화의 심리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에서 우리는 새롭게 담아야 할 것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변화되는 문화를 담아낸다는 것은 변화한 문화의 모양새에 딱 들어맞는 새로운 틀을 만들거나 찾아내는 것입니다. 치즈를 담을 그릇으로 항아리를 찾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착된 주5일제로 인해 가족여행객들이 늘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한 오늘을 즐기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족의 확산에 맞춘 여행객의 증가를 모르지 않습니다. 과거 숙박업을 이용했던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소비자가 늘었고, 그에 맞는 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폼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라진 소비자 계층을 담아낼 그릇의 하나로, 성적인 대상으로 헐벗은 여자의 몸이 아닌 예술로서의 르네상스풍 그림으로 대체한 것이 하나의 담아내기였습니다. 내실(內室)을 없애고 넓어진 호텔 로비에 고객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한 것도 또 다른 담아내기입니다. 복도까지 침침했던 공간의 조도를 사무실 수준으로 높이는 것 또한 우리의 담는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숙박시설, 문화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다 변화된 문화를 수용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의 플랫폼을 구성하려는 재미있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파주의 망해버린 모텔을 매입하여 미술관으로 새롭게 단장했었던 오래된 일입니다. 이는 숙박업의 시도가 아닌 미술관의 시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기에 예외로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 후로 참 많은 모텔이 변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작은 호텔에서도 종종 객실에 이종의 문화를 포용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로비나 복도, 심지어는 객실을 꾸미기 위해 다채로운 미술 소품을 응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고, 스트리밍미디어를 통해 영화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친근하게는 숙박업 본연의 서비스가 아닌, 공용공간에 잔잔하게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이종의 문화를 포용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치고 있던 문화를 담아내는 플랫폼으로서 숙박업은 오래전부터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수익이 나지 않는 부대공간을 정리하고 작은 공연장으로 꾸미는 행위도 있습니다. 그 공연장을 통해 대구를 기반으로 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에스피 아르떼(Sp arte)’라는 공연팀의 연주회를 상시적으로 개최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은 일견 어리석다고 볼 시선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대도시의 규모 있는 호텔이 아니라 가평과 정선이라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호텔에 간이 공연장을 꾸며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 낸다는 것은 어지간해선 시도하기 힘든 모험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두 호텔의 소유주이자 이러한 숙박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윤정일 대표의 시도는 그게 비록 실패로 끝난다 할지라도 숙박업의 새로운 모색이며 변화하는 문화의 틀에 대한 구상으로, 숙박업소라는 공간을 문화의 플랫폼으로 구성해보는 시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시도가 우리를 어디까지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주판알을 튕기면서 연주회를 개최하는 비용과 그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손익을 계산하는 것은 윤정일 대표의 큰 구상안에서는 극히 사소한 일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시도하는 것은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항상 역사의 발전을 추동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그러한 산업의 선구자적인 모험을 필자는 응원할 뿐입니다. 고 상 진 대표공간이노베이션(주)TEL: 02-3286-1212www.spaceinno.co.kr한국형 게스트하우스 및 비즈니스 호텔 가맹점 60여개 운영중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월간 숙박매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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