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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진] 숙박업,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관리자 |
등록
2016.03.07 |
조회
11212
 


숙박업,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숙박업소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모텔’이란 단어는 말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불편한 단어로 느껴지고 있다.
단순한 명칭 변경은 물론 실내·외 인테리어와 밝고 감각적인 홍보를 통해 아직까지 남아있는 숙박업소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를 밝고, 감각적이며, 친근한 이미지로 변화시켜야 한다.
<편집자 주>




매거진3월호_120.jpg
 


단어가 풍기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참으로 크게 보이곤 합니다. 아무리 젊은 연인들일지라도 모텔을 가자고 하는 직설적인 표현은, 말하는 쪽도 종종 민망한 일이며 받아들이는 쪽도 경우에 따라 불편한 일입니다. 그에 비해 자연과의 교감이나 힐링과 같은 적절한 표현과 함께 펜션으로의 1박2일 여행정도를 제안하는 경우는 참으로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받아들여지고는 합니다.


전국 각지 기차역을 중심으로 많은 숙박업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현재 중복되는 노선을 포함하여 총 50개 노선에 722개의 역이 있다고 합니다. 한때 역전에 즐비하게 자리 잡고 수많은 여행객과 연인들을 위한 숙소나 은밀한 교감의 장소가 되었던 여인숙, 여관 등의 숙박촌은 거의 명맥만 유지한 채 슬럼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텔의 주 고객층이 20대 젊은 층으로 바뀌고부터는 신흥 유흥상권에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화의 타이밍을 알고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으로 고객을 유치해보려 했지만 이미 상권의 구조가 망가진 곳에서 젊은 고객을 유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1월에 전국의 여행지를 중심으로 많은 숙박업소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기 위한 문의나 매매를 수반한 컨설팅 등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 곳의 숙박업소를 방문하기 위해 지방의 모처까지 방문하기에는 시간과 경제적 효율성의 한계가 있으므로, 방문하려는 지역에 있는 다른 숙박업주들의 관심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별도로 직원들이 전화상담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러한 사전정보를 기반으로 강원도 속초, 양양, 동해, 삼척부터 경상도의 거제, 통영, 안동까지 참으로 많은 주요관광지의 숙박업소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한결같은 고민들은 매출부진으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인근에 아파트 신축과 같은 대형공사가 있어 인부들의 단기숙소로 반년 정도 호기를 맞이한 모텔도, 지역의 행사로 인해 한 달 정도 만실로 객실이 예약되었던 곳도, 아니면 처음으로 시도했던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의 숙박업 홍보수단으로 잠시 호경기를 맞이했던 여관도 안고 있는 고민은 공통된 내용이었습니다. 그 고객층이 지속되어 안정된 매출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 그것이었습니다. 다들 알고는 계십니다. 내가 시도한 방법을 옆집에서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매출상승이 한 삼사년이라도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그래서 고민하십니다. 부진한 숙박업소의 대안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숙박업소를 부르는 이름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식당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화되는 것처럼 문화의 다양화가 이제는 숙박업소로까지 전파된 당연한 상황이겠지요. 한 때 공동세면장이냐 개별세면장이냐에 따라 분류되던 여인숙과 여관의 구분에서, 객실의 숫자, 외국어 서비스의 가능여부, 부대시설과 조식서비스의 유무로 구분하던 호텔과 모텔에서 이제는 펜션이니 펜션텔이니 비즈니스호텔이나 관광호텔,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나 도시민박업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분류되고 불리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같은 장소의 다른 표현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이 인지하는 소비 담론 으로서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표현을 달리한다 해도 숙박업소라는 것은 공간을 대여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에 큰 차이점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사용하는 가의 차이가 숙박업소라는 소비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라는 당장의 효용성보다 그 ‘어떻게’가 오랫동안 소비자의 인식으로 자리 잡은 이미지가 되고, 이제 그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에 중요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지금 숙박업소는 어떤 면에서 또 다른 편 가르기가 시도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한때 호텔과 모텔의 논쟁이 지금은 건전한 숙박업소와 러브호텔이라는 논쟁으로 말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콘돔을 제공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그 논쟁의 경계선을 특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건전한 곳에는 연인들의 숙박을 제한하느냐 한다면 그것도 또한 불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애초에 소비라는 것은 소비대상이 아닌 그 대상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소비현상이라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명품 자체가 아니라 명품의 이름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미지가 그 물건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거기에 논쟁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관이니 장이니 모텔로 불리던 장소가 그저 게스트하우스니 펜션이니 혹은 비즈니스호텔이니 하는 것들이 담고 있는 이미지를 빌려와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개념을 말입니다. 같은 상권, 같은 필지에 나란히 붙어있던 두 개의 모텔이 하나는 여관으로 존속하고 하나는 게스트하우스니 비즈니스호텔로 탈바꿈합니다. 이전 방식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를 수반하지도 않고 그저 전기 조도를 높이고 마감재를 밝고 건전한 느낌으로 바꾼 수준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기존의 아베크족이라는 한정된 고객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자, 차차 주류 고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20대 여성이나 가족여행객, 그리고 비즈니스 출장객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비자는 기존의 모텔이 풍기는 음성적인 이미지가 아닌, 게스트하우스나 비즈니스호텔이 만들어주는 소비 담론, 건전한 숙박업소라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미지가 소비할만한 가치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질이 또한 수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무너진 상권의 숙박업소에 제안하는 포인트가 그것입니다. 상권의 구조를 개인이 복원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상권에 유입되는 고객을 위한 새로운 이미지의 숙박업소로 바꾸라는 것, 그것도 주류고객을 위한 메인스트림으로의 편입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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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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