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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진] 숙박업소의 전문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관리자 |
등록
2016.04.04 |
조회
10924
 


    숙박업소의 전문화,


                      선택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숙박업소간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외관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모든 고객층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히려 숙박 업주의 비용 부담만 늘어만 갈 것이다. 내일로 여행을 통해 전국 각지의 숙박업소를 찾는 학생, 어린 아이들과 묵을 수 있는 안전한 숙박업소를 선호하는 가족단위의 여행객 등 소수 고객층을 살펴보면,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눈에 보인다. 과감하게 불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정리하고, 특정 고객층을 위한 시설 확보와 서비스 제공에 힘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편집자 주>





부모님의 오랜 식당을 회상하며
어릴 때부터 필자의 부모님께서는 오래도록 식당을 운영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창업이 그렇듯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적 지식이 없으시던 선친께서는 먹는장사가 최소한 굶지는 않으리라는 막연한 확신으로 특별한 노하우 없이 생계가 내모는 현장으로 뛰어드셨습니다. 부침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20여 년을 넘게 운영하신 것을 보면 적자운영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손재주나 전문기술이 없던 부모님께서는 손님의 주문 형태에 따라 그때그때 메뉴를 추가하곤 했습니다. 자장면과 회만 안 팔았다 뿐이지, 엄청난 메뉴의 개수가 유일한 자랑거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식재료 유통업체에서 지금의 대세는 무엇이니 하면서 메뉴를 권하기라도 하면 간판과 메뉴판에 그 메뉴가 추가되어 부모님 식당은 점점 음식 만물상이 되어갔습니다.
이는 아주 특별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소매상이 운영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식당과 닮았을 뿐입니다. 가끔 부모님은 답답해하시며, 메뉴 하나를 내세워 장사가 잘되는 유명한 식당을 간절히 꿈꾸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며칠에 한 번, 아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생소한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 한 명을 잃을까 봐 변화를 두려워하셨습니다. 변화가 꼭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낮에는 백반, 저녁은 술안주 위주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매출의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수십 가지의 메뉴를 지워버리기만 하면 되는 너무나 단순한 작업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실행되지 못하고 이 맛도 저 맛도 없는 메뉴로 식당은 악순환을 겪으며 운영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대개의 식당이 그렇듯이 주변 전문점의 시류에 편승한 식당들에 손님들을 빼앗겨, 부모님은 평생의 천직이라 여기셨을 지도 모를 식당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셨습니다. 지금까지 들려드린 부모님의 오랜 식당의 문제는 필자가 바라보는 숙박업소의 문제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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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 구체적인 타켓을 정해야
호텔, 모텔, 펜션, 장, 여관, 게스트하우스, 비즈니스호텔, 관광호텔 등 이제 숙박업소도 막연하게나마 어떤 손님을 대상화하는지 표현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은 타겟팅은 연인, 가족 단위, 업무로 인한 출장 손님, 하룻밤 여장을 풀고 쉬었다 갈 손님 등 모든 유형의 손님을 받는 숙박업소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여장을 푸는 출장자를 위한답시고 성인방송도 신청하게 되고, 연인들을 위한 러브체어나 성인자판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젊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값비싼 PC를 들여놓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그 방에 가족 단위의 손님을 들이기도 하고, 젊은 여성층을 고객으로 받기도 합니다.


한때 광고문구로 대성공을 거둔 차량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1%가 타는 차량’이라고 광고했던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말입니다. RV차량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거친 사내를 위한 차량’이라는 통념이 강했던 시대에 ‘대한민국 1%’라는 가당치도 않을 광고문구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1%가 구매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상품의 가치가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판매하는 시대에 아직도 숙박업소는 내실 없는 상품으로 그저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고객, 더 나아가 대한민국 100%를 위한 숙박업소’라고 말입니다.


숙박업소란 ‘연인들이 하룻밤 사랑을 나누러 오는 장소’라고 별 고민 없이 정의하곤 합니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습니다. 예전만큼 많지 않은 연인 고객을 이미 죽어버린 상권에 있는 수십 개의 모텔이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데도 새로운 상권으로 떠나버리고 남은 소수의 고객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벽면을 야릇한 그림으로 장식하고, 지속해서 발생하는 고정비용에 대한 계산 없이 성인용품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의외로 소수라고 생각했던 고객층이 다수를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이제는 얼마나 많은 학생이 방학 때 내일로 여행을 다니며 전국 각지의 숙소를 찾고, 얼마나 많은 가족여행객이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아 헤매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처럼 손님이 원하는 안전하고 청결한 숙소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는 소위 말하는 블루오션, 즉 경쟁 없는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비록 아직은 수요가 그리 많지 않더라도, 그 손님만을 위한 소도시 혹은 그 지역의 유일한 숙박업소가 된다면 시장 선점을 통해 오래도록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숙박업소는 경쟁업소보다 눈에 띄기 위해 요란하게 외관을 장식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한 시대입니다. 가족여행객이나 여성여행객, 비즈니스 출장객은 스마트폰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사전에 방문한 고객의 평가를 참고하여 최종 선택을 합니다. 즉 먼저 시작해 오래도록 관리된 숙박업소가 고객에게 인지되어 사랑받게 되는 것이죠.


숙박업소도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문화라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고객층을 위한 숙소이지, 대단한 호텔식 서비스 혹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마케팅이나 값비싼 내장재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설비나 시설을 거두고 메인 서비스에 총력을 다 하는 것이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게 바로 대를 이어가며 꾸준히 유지하는 맛집의 노하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상진.jpg 

고 상 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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