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진] 다변화된 숙박업의 형태가 필요하다
|
고객의 수요는 나날이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숙박산업은 과거의 틀에 고객을 꿰어 맞추는데 끝없이 자본을 투자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바로 고객의 ‘지금의’ 수요를 알아내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구미에 위치한 자사의 직영매장인 이코노미호텔 구미점을 방문 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항상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구미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모텔촌의 음습한 기운이 바로 그것입니다. 구석진 틈에서 생겨난 작은 곰팡이가 서서히 입지를 넓혀 거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괴물 수준이 된 격이라고 하면 과장된 생각일까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판을 벌이고 성업 중인 호텔·모텔들은 크게 양분되는 듯합니다. 젊은 층을 상대로 트랜디하게 탈바꿈을 하는 쪽과 과거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쪽으로 말입니다. 놀랍게도 아직까지 후자의 모습을 붙들고 있는 곳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재정적인 이유를 포함한 여러 가지 다양한 사정으로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낙후된 곳도 있습니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자나 스텝들의 생각이 과거 추수(追隨)적이거나 고답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상권이 좋지 않거나 인테리어가 낡았어도 경영 철학이나 서비스 마인드가 훌륭한 곳들은 트랜드와 무관하게 묵묵히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을 불문하고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경영주의 혁신에 대해 열려있는 마인드가 사업의 승패를 결정합니다.
업계 내 종사자들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 대처도 문제지만, 대외적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모텔’이나 ‘숙박업’으로 검색을 해 보면 참 우울해 집니다. 십중팔구는 사회면의 사건사고 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사기, 절도, 마약, 성범죄, 자살 등 우리사회에서 가장 골칫거리에 해당하는 범죄 및 비행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텔을 비롯한 숙박업이 과거에 비해 괄목할 정도로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탈바꿈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를 통해 보이는 숙박업의 모습은 여전히 ‘모텔 = 범죄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부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숙박업계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호텔·모텔 등 숙박업 경영자 및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회, 산업의 전반적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분화는 숙박업의 현 시장을 재조명하고 미래 숙박산업을 대비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또 하나, 외부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들뿐 아니라 숙박산업 내부에서 발행되는 출판물이나 온라인 매체를 통해 양산되는 콘텐츠들을 또한 말문이 막히게 만듭니다. 성(性)과 관련한 저급한 스토리들만을 끝없이 양산해 내면서 고객들을 유인하고 하위의 커뮤니티 장을 마련해 놓고 있는 매체도 있습니다. ‘발정난 커뮤니티’라고나 할까요. 이런 방식이 이 시장을 썩게 만드는 곰팡이를 식산(殖産)시킨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9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외식업이란 그저 한 끼 끼니를 해결해주는 밥 먹는 식당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외식업을 이용하는 고객의 기호에 따른, 혹은 상황에 따른 세(細)분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밥천국과 같은 분식점을 비롯해 전문 한정식 식당, 국가별 전문음식 레스토랑, 스시전문점, 그리고 후식전문 카페와 같이 다양한 고객의 기호와 만남의 성격, 그리고 식사의 격에 따라 끝없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숙박업 또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저 섹스와 슬리핑이라는 ‘잔다’라는 의미의 중의적 표현에서 탈피해 가족과 함께 하는 콘도나 팬션,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지방 중소도시의 비즈니스 출장을 위한 이코노미호텔 등과 같은 다양성이 절실한 때입니다. 구미와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도 단지 잠을 자기 위해 숙박업을 이용하는 고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기 위한 장소로 이용할 수도 있고 출장을 위한 방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다변화된 숙박업의 형태가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막연히 고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직접 살펴보고 찾도록 만드는 능동성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공하는 경영주의 마인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객의 수요는 나날이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숙박산업은 과거의 틀에 고객을 꿰어 맞추는데 끝없이 자본을 투자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바로 고객의 ‘지금의’ 수요를 알아내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고 상 진
공간이노베이션(주)
TEL. 02-3286-1212
|
이전글 | [이길원] 어쩌면 좋니? 사람은 많은데 모텔매출은? |
---|---|
다음글 | [박성진] 모텔 위기 본질은 경쟁력 상실, 해답은 소형호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