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을 리모델링하기란 쉽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리모델링을 진행한들 흥행하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가격대로 대체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리모델링만 한 여관은 경쟁력이 떨어져 객단가를 올리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가격만 내려버리면 투자금 회수는커녕 유지·관리도 버거워진다. 이번에 소개할 ‘구리 스테이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이하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의 전신은 경쟁력을 상실한 골목길 어귀의 노후한 여관이었다. 스페이스플래닝의 아이디어로 프리미엄 스테이로 거듭난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을 살펴본다.


경기도 구리시는 서울과 매우 가깝다. 서울과 문화·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자체 총인구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비율이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구리시 서울 편입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은 바로 이 구리시 수택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대규모 주거 배후 수요가 존재하는데, 주거 인구가 많아 재정비촉진지구에도 지정되어 있다. 구리전통시장이 유동 인구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저녁이 되면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연령층들이 찾아와 즐기는 상권 형태를 띠고 있다. 중소형호텔에서는 마케팅과 대실 전략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따라 매출의 규모가 달라지는 상권 형태다.

깔끔하고 세련된 중소형호텔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데, 리모델링 전의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은 전통적인 ‘여관’으로서 더더욱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해당 여관은 입지적으로도 매우 열악하다. 좁은 골목 중간에 있어 시인성이 매우 낮았고, 주차 공간도 매우 협소해 도보로 들어오는 수요를 받아야 하는데,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여관을 리모델링해 성공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건물 규모도 연면적 495.87㎡(약 150평)로 매우 협소한 편이라 특화된 콘셉트 없이 일반적인 모던형 호텔을 조성하게 되면 경쟁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았다.


리모델링 기획·시공을 담당한 스페이스플래닝은 이곳에 ‘여객기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여객기의 퍼스트클래스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여객기는 이동, 호텔은 숙박이라는 주목적의 가치는 다르지만, 퍼스트클래스가 갖고 있는 공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객실에 녹여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공 기획은 스페이스플래닝이 어떻게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설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독창적 콘셉트가 특징인 ‘스테이 패스포트’ 도입
해당 여관에 도입된 브랜드는 ‘스테이 패스포트’로 이국적이고 독창적인 강렬한 콘셉트를 특징으로 한다. 스페이스플래닝 정우석 대표는 “이미 구리시에 2개의 자사 브랜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며 “임팩트 있는 수요들이 많다는 것이 증명된 상권이기 때문에 스테이 패스포트 브랜드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스테이 패스포트 브랜드가 도입되면 객실들을 통합해 임팩트 있는 하나의 객실로 만드는 전략이 자주 사용된다. 협소한 공간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패스포트 에어플레인에도 이러한 전략이 도입됐다. 또 보통 통합된 객실은 시그니처급 룸으로 조성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소형호텔’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높은 객단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큰 장점으로 꼽힌다.
리모델링된 호텔의 외관부터 살펴보면 골목길 안쪽에 호텔이 위치해 있는 만큼, 시인성 제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난다. 입구는 기존 건물 외벽은 그대로 둔 채 입구 전면 프레임을 얹는 형태로 시공해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사용하면서도 여객기 콘셉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늘색 계열 색상을 적용하고, 화이트·옐로우를 보조색으로 써 강한 색 대비 효과로 시선 집중을 유도하고 있다. 건물 상단에는 대형 사인을 설치하고 비행기 아이콘과 출발/도착 화살표 등 항공 관련 그래픽을 일관되게 사용해 체크인→투숙이라는 단순한 숙박시설 동선을 도착→탑승이라는 서사로 표현해 콘셉트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눈길을 끈다.
대형 사인에는 조명도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도 유동 인구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반적으로 젊은 층의 ‘체험 욕구’를 자극시키는 디자인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골목길 숙박시설이라는 약점을 스페이스플래닝의 경험적 설계로 극복해 낸 모습이다. 로비로 들어가 보면 기존 중소형호텔에서 보던 프런트 데스크나 직원 배치 공간이 최소화 되어있다.
대신 무인 키오스크가 배치됐는데,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인건비 절감을 통한 매출 상승 효과까지 계산되어 있는 디자인이다. 여기에 더해 벽면에는 수하물 보관함을 설치해 소규모 로비임에도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또 디지털 직원이 재생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마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를 연상시키고 있다. 단순 무인화를 넘어 ‘비행기 탑승’이라는 콘셉트를 살릴 수 있는 스페이스플래닝 만의 재밌는 체험적 요소다. 객실 또한 협소한 건물의 구조적 약점을 콘셉트를 통해 강점으로 만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히 공간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테마로 치환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사선형 천장은 비행기 짐칸 같은 디자인으로 연출해 공간적 제약을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창틀, 블라인드, 침대 프레임, 옷장 등 가구들은 모두 동일한 톤으로 마감되어 좁은 공간임에도 안정감을 준다. TV는 벽걸이 형식이 아닌 각도가 조절되는 스탠드 형식을 활용해 제한된 동선 속에서도 최적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 창문이 설치된 점이다. 창문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제 비행기 내부에서 보이는 듯한 하늘과 구름이 재생되는데, 개방감을 높여줌과 동시에 콘셉트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리모델링 전 여관 지하에 있던 유휴공간은 패키지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별채탕이 조성되어 있다.
앞서 다수의 호텔에 스파 서비스를 적용해 성공시킨 스페이스플래닝은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스파 시설을 설치해 부가수익원으로써 가동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별채탕 3시간 이용에 기존 상권에서 받는 대실 단가의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별채탕은 호텔의 중심 아이덴티티를 잡아줄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SNS 등에 사진이 올라왔을 때 호텔 전체의 퀄리티를 높아 보이게끔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공간이 가진 한계를 창의적인 해석으로 돌파한 이번 리모델링 사례는 노후하고 협소한 여관에서도 정교한 기획에 따른 콘셉트 설계 그리고 운영 방식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이 지역 상권 내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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