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티끄, 빈티지, 레트로, 뉴트로와 같은 단어는 과거에 유행했던 아이템과 스타일 등을 차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보통 엔티끄는 옛 것 그대로의 골동품, 빈티지는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 레트로는 60~70년대, 뉴트로는 90년대 유행아이템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개화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떨까? 당시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디자인을 지금 구현한다면? 상상만이 아닌 이를 실천한 호텔월미여관을 찾았다.
사실 개화기는 해외문물이 무분별하게 보급되기 시작해 여러 스타일이 혼합되기 시작한 혼돈의 시기다. 호텔월미여관의 놀라운 점은 이처럼 혼란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일본 특유의 젠 스타일, 한옥의 특징, 트렌디한 현대적 디자인이 공간의 용도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됐다.
먼저 외관을 살펴보면 일본 특유의 기와 디자인이 도입됐다. 일본의 기와 스타일은 직선적이고 경사가 가파르다. 특히 창틀 위로 세모난 기와를 얹고 그 위로 또 다른 세모난 기와를 얹어 층층이 세모모양을 이루는 것도 일본 전통의 건축양식이다. 이를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하단부 기와 스타일은 한국식으로, 또한 창틀이 아닌 창문의 모양은 흔히 창호라고 부르는 한옥 전통 스타일을 구현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틀은 일본 특유의 직선적인 젠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디테일한 내부디자인은 한옥스타일로 구현한 것이다. 일본과 한옥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개화기의 혼돈스러운 당시 모습을 구현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고 옛 스타일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출입구는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또한 젠 스타일로 복도를 구현해 일본풍의 디자인이 공간을 지배하지만, 로비의 천장은 한옥 특유의 창호 이미지를 구현했고, 가운데 마루를 두고 네모반듯하게 쇼파와 같이 좌석을 마련한 것은 일본이나 한국의 전통양식이 아니다. 이는 현대적인 창의성을 발휘한 것으로, 레트로 감성에 가깝다. 특히 층계도 현대적인 스타일의 자재를 활용했다. 트렌디한 자재와 디자인을 메인 인테리어 콘셉트와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호텔월미여관은 이를 인테리어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고, 온돌방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객실 침구류에 베드러너 형태의 청색비단과 홍색비단을 둘렀다. 쇼파 대신 청실홍실을 의미하는 방석을 놓고, TV 테이블은 한국전통가구로 배치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같은 모든 아이디어는 인테리어 메인 콘셉트인 오리엔탈의 강렬한 개성으로 인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조화로운 감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특별한 경쟁력이다.
다만, 고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욕실은 다르다. 호텔월미여관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을 꼽으라면 욕실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호텔에서 최신 유행하는 모던 스타일로 쾌적하고 깔끔하게 마감됐다. 더구나 조명거울을 비롯해 드라이어기와 고데기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사실 호텔월미여관에서 안마의자나 게이밍PC와 같은 최근에 유행하는 아이템은 접할 수 없다. 그러나 독보적인 스타일의 디자인을 구현함으로서 가고 싶은 곳, 이용하고 싶은 곳으로 거듭났다는 점이 특별한 것이다. 과연 호텔이 디자인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호텔월미여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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