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숙박시설 명절 땐 공실률 증가… 쿠폰 제한 이유 의문" 강원·부산 등 일부 지역만 쿠폰 사용률 집중… '지역관광활성화' 취지 무색
“예전부터 명절 때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영업을 안 한 적도 많고요. 추석 때 발급되는 숙박쿠폰에 굳이 수도권을 제한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인천 부평구에서 중소형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의 숙박쿠폰 발급 정책에 현장 실정 반영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발급되는 쿠폰 50만장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명절을 앞두고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냐”며 “지역마다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수도권 숙박업경영자들도 똑같이 코로나에 타격 입고 내수 부진에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관광숙박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최장 9일 연휴가 시작되는 추석 명절을 앞둔 탓이다. 여기에 더해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 징검다리 휴일이 생기게 됐다. 10월 3일 개천절도 휴일이기 때문에 직장인의 경우 9월 30일과 10월 2일, 10월 4일에 휴가를 쓰면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최장 9일의 연휴가 또 생기게 된다. 또 올여름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 탓에 휴가를 미뤄온 직장인들의 수요도 합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국내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생안정대책’을 세우고 숙박쿠폰 50만장을 발급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바람대로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은 역부족인듯한 모양새다. 9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항공 이용객 전망치는 120만4,024명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 20만여명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역대 최대로, 종전 최대 기록인 2017년 추석 연휴 항공 이용객 18만7,623명을 약 7% 웃도는 수치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여행·항공·관광호텔업계와는 달리 중소형호텔 시장은 엔데믹 이후에도 이렇다 할 관광 특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숙박업경영자들은 정부의 숙박 쿠폰 수혜도 볼 수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숙박 쿠폰 발급은 모두 세 번 치러졌는데, 모두 비수도권에서만 발급이 이뤄졌고, 추석에 발급되는 숙박 쿠폰도 수도권은 제외됐다.
장기 연휴인 명절에는 통상적으로 수도권 숙박시설 예약률이 떨어지게 된다. 상당수의 여행 수요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추석 숙박 쿠폰 정책은 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 명절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역차별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에는 농어촌 지역도 많아 3차 발행 때까지는 그렇다 쳐도, 추석 때만큼은 수도권도 포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관광 활성화’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쿠폰 사용률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야놀자리서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3차 숙박페스타 기간 지역별 쿠폰 이용률은 경북(20%), 강원(15%), 부산(11%)을 제외하면 모두 한 자릿수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해 수도권까지 포함된 숙박페스타 기간에도 상위 5개 지역을 차지한 바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 쿠폰 사용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번 추석 연휴 때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 단위 이동이 증가하고 교통이 혼잡해지는 명절 특성상 교통접근성과 관광 인프라가 풍부한 강원·부산·제주로 몰릴 공산이 크다. 다만, 숙박 쿠폰 자체의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호텔 경영자들이 관광호텔 경영자들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최고 49.9%였던 중소형호텔에서의 쿠폰 이용률은 올해 더욱 오르며 62%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쿠폰 대상 지역에서 수도권을 아예 배제하는 것보다는 비수도권과 발행량·할인폭에 차이를 두거나, 숙박시설 유형별로 사용 가능 여부의 제한을 두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숙박 쿠폰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는 것보다 매년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내수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며 “정부는 더 차별·고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지역특별기획전 참여, 관광 콘텐츠 개발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