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요금에 생존가격 법제화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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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경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여론 ‘뭇매’최근 관광숙박산업에서는 숙박예약플랫폼에서 하루 숙박요금이 2만원 안팎까지 하락하는 등 출혈경쟁이 극심하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일부에서는 최저요금을 법으로 명시해 그 아래로는 요금을 책정할 수 없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10년 전 추진됐던 생존가격 법제화는 떠들썩했던 발의 과정과 달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생존가격 법제화란 출혈경쟁을 방지하자며 최저요금을 법으로 명시할 필요성이 높다는 일부 숙박업경영자들의 의견과 동일한 내용이다. 2014년경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추진된 바 있으며, 국회에서도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수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가 개최됐고, 공중파에서도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추진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자영업·소상공인에게 협조적이었다.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라는 슬로건 아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해 자영업·소상공인을 지원했다. 실제 2015년 11월에는 생존가격 법제화의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론화 후 1년여 만에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됐다. 당시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은 비영리 사단법인과 같은 업종별 협회가 생존가격을 설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다양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소규모의 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을 충족한 법인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즉, 협회가 생존가격을 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면책을 부여하는 형태로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당장 자영업·소상공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협회가 정한 생존가격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제사항이 없다면 아무리 법에 명시되었다 해도 캠페인 성격에 그친다. 또한 자영업종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업종별 담합으로 인한 가격인상이 우려된다며 조롱과 멸시를 받는 개정안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생존가격 법제화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배경은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에 더해 입법절차상 시기적인 문제도 존재했다. 해당 개정안은 2015년 11월 16일 발의됐는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2016년 4월 13일 진행됐다. 보통 여야 이견이 없는 개정안이라도 수개월의 입법절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물론, 20대 국회에서 재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조롱까지 받았던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국회의원은 없었다. 더구나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 하나 때문에 생존가격 법제화가 무산된 것도 아니다. 생존가격이 필요한 자영업·소상공인의 가치와 경쟁이 궁극적으로는 산업 발전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간다는 사회 가치가 충돌하기도 했다. 이에 생존가격 법제화는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었고, 협회에 더욱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형태로만 입법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반쪽짜리 개정안은 생존가격이 필요하다는 자영업·소상공인에게도 환영받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담합·독점 등을 규제하는 국제적인 추세에도 부합하지 못해 실현될 수 없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떤 협회와 단체도 숙박요금을 담합할 수 없다. 담합을 강요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미 생존가격 법제화도 한 차례 떠들썩하게 추진됐다가 폐기된 상황이다. 누군가 저렴한 요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저렴한 요금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현재 숙박업경영자들의 유일한 해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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