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경영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정처분이 면제되는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이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5일 제44차 국무회의에서 공중위생관리법 등 보건복지부 소관 9개 법률의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의결된 법률공포안은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민생 관련 개정법률로,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 내용도 포함됐다.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이란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이 지난 6월 11일 대표 발의한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신 의원은 숙박업경영자 구제법 뿐 아니라 같은 날 청소년보호법, 게임진흥법, 음악산업법, 공연법, 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들은 모두 청소년 관련 규정에서 선량한 업주를 구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2023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던 유의동 전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 회기가 변경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고, 22대 국회 개원 직후 신 의원이 정리해 재입법 절차를 밟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자영업·소상공인 지원책으로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3개월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된 상황이다.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은 청소년 혼숙 문제와 관련해 구제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숙박업경영자들은 청소년이 신분을 속이거나 몰래 출입해 혼숙이 발생했어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일부 청소년들은 혼숙 이후 숙박업경영자에게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최대 영업장 폐쇄에 이르는 벌칙을 악용해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이 시행되면 이처럼 억울한 사례가 감소할 전망이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지금까지는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 등으로 청소년임을 모르고 남녀혼숙하게 해 처분을 받는 숙박업경영자들의 억울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는 주의의무를 다한 선량한 숙박업경영자가 피해 입는 일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번 개정안은 10월 중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부칙에서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중 선량한 숙박업경영자 구제법이 공포되면, 6개월 이후인 2024년 4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숙박업경영자들은 구제법 시행 전까지는 청소년 혼숙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당 개정안의 부칙에서는 청소년 혼숙 관련 면책 내용의 경운 법 시행 후 적발 건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24년 4월경 관련법이 시행된 이후에만 법률상 면책이 보장된다는 것으로, 이전까지는 기존 법령의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정부에서는 경찰, 검찰, 지자체 등에 자영업·소상공인에게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년 관련 규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비록 면책 조항의 법적 효력은 발동하기 전이지만, 정부 지침 등을 통해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폭행이나 겁박에 의한 혼숙이 인정되면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면책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청소년 혼숙 문제는 전국의 많은 숙박업경영자들이 한번씩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경험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며 “매년 해가 바뀌는 연초에는 숙박시설을 출입하려는 청소년들의 시도가 많기 때문에 올해 겨울만 무사히 넘긴다면 선량한 숙박업경영자가 억울한 일을 겪는 상황은 드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