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영업·소상공인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자영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잇따라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의 위상은 날로 커지고 있고, 연합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대한숙박업중앙회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가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이러한 영향력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SSM(Super Supermarket)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 SSM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대기업들은 생활밀착업종인 편의점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했다. 대기업이 말 그대로 골목상권에 들어서기 시작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바로 수퍼수퍼마켓(SSM)이다.
처음 SSM이 등장할 당시에는 민주주의 자유경제 체제에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또한 대형마트로 입지가 줄기 시작했던 전통시장도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범할 경우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일상의 기억 속에서는 SSM으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이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소상공인 정책이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한 시점은 SSM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다.
정치권은 수퍼마켓 사업자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민주주의 자유경제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SSM을 전통시장 반경 500미터 내 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이후에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까지 지정했다. 또한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운영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탄생했다. 특히 1999년부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던 소상공인지원센터는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까지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퍼마켓 관련 협회와 전통시장 관련 상인회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려졌다. 큰 성과를 거두게 된 당시 자영업·소상공인 단체들은 저마다의 현안 해결을 위해 법정단체 설립을 추진하게 됐고, 이러한 움직임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것이 바로 소상공인연합회다. 초대 회장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의 역할도 컸다. PC방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출발한 최승재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다 법정단체 설립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저마다의 영향력을 행사하던 단체장들을 규합해 법정단체 설립 및 초대회장의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정치 싸움이 이어졌다. 초대회장은 수많은 송사에 휘말렸고, 이는 자영업·소상공인 정책 마련에 발목을 잡는다. 법정단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지원해야 할 예산은 수년 동안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승재 의원은 수많은 정치적 공격을 모두 이겨내고 진짜 중앙정치의 러브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단체장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컸던 최승재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연합회의 내홍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오세희 회장이 취임해서야 가라앉은 분위기다.
그러나 오세희 회장 취임 직후에도 소상공인연합회는 찬밥 신세였다. 정부의 눈밖에 낫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반전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연합회가 아니라 진짜 자영업·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영업제한 조치 해제를 외쳤다. 그들이 시위하면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전국구 유명 정치인들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결국 영업제한 해제, 손실보상 등이 이뤄졌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러한 힘을 계승하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관광숙박산업에도 수많은 현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선의 현장에서는 서로 헐뜯고 갈라치며 하나로 규합해도 모자란 힘을 분산시키고 있는 상황이 목격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하나의 목소리로 단결된 힘을 과시할 때만 역사가 만들어졌다. 역사를 만들겠다면, 또는 역사를 만드는데 동참하겠다면, 기억해야 할 것은 한가지다. 반드시 하나의 창구에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