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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가격경쟁… 객단가 올리려면 부가수익 창출해야

관리자 |
등록
2024.03.29 |
조회
1070
 

“금리, 물가는 오르는데 왜 객실단가는 그대로인가요” 최근 어려움을 겪는 숙박업경영자들의 푸념이다. 이런 현상은 과밀경쟁으로 인한 가격 경쟁 때문이다. 수십억원 리모델링도 객실 단가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한정된 수요안에서 모객을 위한 투자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는 ‘중소형호텔’로서의 경쟁력 확보·수익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계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부가수익 모델을 발굴해 숙박업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Sexual에서 Stay로… 태생적 한계 허물었지만, 수익의 한계에 봉착하다
여관, 장(莊), 파크텔, 러브호텔, 모텔 그리고 오늘날 중소형호텔에 이르기까지 숙박업 시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따라 외양의 변화뿐 아니라 그 기능과 상징성 또한 변천하고 있다. 1999년 공중위생법이 폐지되고 공중위생관리법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숙박업은 호텔·여관·여인숙업으로 세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모텔’로 숙박시설을 통칭하는데 이 모텔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여관이 그 전신이라는 견해가 높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여관에 성매매 문화를 정착시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매춘과 불법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법령 정비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여관들은 ‘모텔’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설의 고급화, 개방적인 성문화 분위기 속에 모텔은 러브호텔로 불리기도 하며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부가수익 모델로 ‘대실’ 서비스가 탄생했다. 이것 역시 섹슈얼 수요에 의존한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필수적인 수익원이자 관광호텔과 중소형호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유흥과 성매매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사업장들이 많아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자 정부는 결국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라는 칼을 빼 든다. 이때부터 모텔들은 그동안의 ‘섹슈얼’ 이미지와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체계를 버려야 했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숙박시설들은 먼저 모텔을 버리고 호텔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잔틴인지 고딕인지 모를 어딘가 수상쩍고 어설픈 건축양식 대신 심플하고 모던한 외관의 건물이 늘어났다. 더불어 한결같던 콘셉트를 벗어나 게이밍 컴퓨터, 안마의자, 빔프로젝트 최근에는 노래방, 헬스장, 사우나 등을 설치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투자가 숙박·대실 판매 혹은 건물 매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콘셉트가 바뀌어도 시설 고급화에 매달려도 객단가를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소형호텔’이라는 체급에 속해있는 한, 단가 상승을 위한 투자가 아닌 선택받기 위한 투자가 될 수밖에 없기에 과밀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숙박 플랫폼과 공유숙박의 등장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투자금이 부족한 경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객실 단가를 내려 매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가 숙박업의 새로운 부가수익 모델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중소형호텔을 떠받칠 제2의 대실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이 차세대 부가수익원인가?
일부 중소형호텔들은 이미 다양한 부가수익 아이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코인 세탁실, 코인 안마기기, 셀프커피머신, 음식·생필품 자판기는 물론 루프탑이나 프런트에 가맥집을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정착된 아이템은 없는 상황이다. 부가수익 모델이 성공적으로 산업에 정착되려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이것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중소형호텔은 관광호텔 등에서 흔히 제공하는 F&B(Food & Beverage, 음식과 음료)와 룸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숙박시설 간의 경계는 옅어지고 있다. 고급화된 중소형호텔들은 비즈니스호텔 못지않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부 관광호텔들은 대실 서비스 개념인 데이 유즈(Day use) 등의 숙박업 상품을 암암리에 제공하고 있다. 다른 길을 걷던 두 업종이 지향점이 비슷해지자 서로의 수익 모델을 적용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에 호응하듯 몇몇 기업들이 중소형호텔의 부가수익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중소형호텔 F&B, 가능성 있나?
투숙객들은 아직 객실에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현재는 충분한 판매량을 보장할 수가 없어, 장시간 가동되는 일반적인 F&B 시스템은 자칫 경영자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호텔 F&B 전문 브랜드 호텔토랑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고 중소형호텔에 적합한 F&B 상품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조식’ 이다. 투숙객에게 조식은 매우 익숙한 편이다. 관광호텔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서비스이며, 중소형호텔에서도 서비스 개념으로 간단한 토스트나 계란후라이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렇기에, 보급부터 조리까지 체계화된 전문적인 조식 솔루션은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고, 부가수익 상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담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상품을 도입한 한 중소형호텔은 조식을 숙박과 패키지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식당 공간에서 외부 고객들도 10,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데, 맛과 퀄리티가 뛰어나 고객 호응도가 좋다는 평이다. 기업에서 개발한 B2B형 밀키트 식재료들이 호텔에 배송되면 제공되는 레시피를 활용해 빠르고 쉽게 조식을 제공할 수 있어 준비과정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한다. 또 룸서비스 형태의 조식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도 있다. 실제로 룸서비스 음식판매로만 월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호텔도 존재한다. 더불어 조식뷔페를 이용하는 고객수가 들쑥날쑥해 운영이 부담스러운 호텔을 위한 ‘단품형 한상조식’ 상품도 개발되어 있는데, 조식당 공간이 협소한 중소형호텔에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보인다.

F&B는 여러모로 중소형호텔의 새로운 부가수익 아이템으로 적합하고, 고객 호응도도 매우 우수하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소비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F&B 판매가 주수익원으로 자리잡은 PC방의 사례처럼 중소형호텔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식은 그 포문을 열어줄 핵심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소형호텔에서 룸서비스?
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부가수익원 중 하나인 룸서비스는 지금까지 대형호텔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보면 룸서비스야말로 중소형호텔에 어울리는 부가수익원이다. 고객이 객실에 입실하면 대다수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영화시청, 컴퓨터 게임, 노래방, 사우나 등 과거와는 달리 중소형호텔 객실에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객실 수가 대형호텔처럼 많지 않고 배달 거리가 짧아 인건비 측면에서도 용이하다. 하지만 이 같은 룸서비스는 어느정도 투자가 동반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금이 전혀 들지 않는 중소형호텔 룸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 ㈜룸시크릿은 경영자의 투자금 없이도 룸서비스에 필요한 판매 물품들과 시스템을 제공·구축해주는 수익 모델을 선보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투숙객이 객실 내에서 100여종의 생필품을 주문하는 룸서비스형 편의점 시스템이다. 투숙객이 객실 내 비치된 QR코드로 물건을 주문하면 숙박시설에서는 해당 물품을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끝이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재고까지 관리되므로 숙박시설에서 따로 발생하는 업무나 비용이 없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수익은 커지고 이용자가 없거나 감소해도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자는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다. 해당 룸서비스 모델은 작년 말 Beta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식 런칭 2개월만에 200여개 이상의 중소형호텔과 가맹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해당 호텔들에 따르면 간편한 결제방식과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들이 더 프라이빗한 ‘룸콕’을 즐길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중소형호텔 부가수익 창출을 위해 노크 중이다. 숙박업은 다른 숙박업종에 비해 규모가 크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전국 숙박시설 중 57.7%를 중소형호텔이 차지하고 있다. 경쟁의 심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며, 이를 해결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문화를 변화시킬 만한 부가수익원을 발굴해 파이를 키워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숙박업경영자들과 기업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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