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숙박 계약은 임대차계약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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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숙객 있는 객실도 숙박업 경영자 지배·점유 상태
숙박업 경영자와 고객의 통상적인 계약 형태는 임대차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원인 모를 화재로 발생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화재가 발생한 객실에 투숙한 고객에게 물을 수 없다는 판례가 등장해 주목된다. 최근 대법원2부(주신 대법관 권영준)는 화재보험사 A사가 한 숙박시설 투숙객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례에 따르면 A사는 지난 2020년 인천 부평구의 한 숙박시설과 화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 이듬해 4월에는 해당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B씨가 투숙하던 객실 내부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객실 내부에서 B씨가 버린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지만, 담배 꽁초를 발화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A싸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숙박업 경영자에게 보험금 약 5,8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하지만 A사는 투숙객 B씨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며 B씨와 그의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사의 주요 논리는 B씨가 숙박시설과 체결한 계약이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B씨는 임차목적물 보존 및 반환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A싸는 B씨가 담배 꽁초 등을 버리고 화재 발생 이후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구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박업 경영자와 B씨가 체결한 숙박 계약을 임대임과 임차인의 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임대차계약에 따른 목적물 반환 의무 등을 이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숙박업 경영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하더라도 안전과 위생을 위한 관리 조치를 취하면서 숙박시설에 대한 점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시설은 숙박 기간 중에도 고객이 아닌 숙박업 경영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 경영자의 부담으로 귀속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원심을 유지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숙박 계약을 임대차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주요 판례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투숙객이 이용하고 있는 객실이라도 숙박업 경영자가 실질 점유하고 지배하고 있는 상태라는 법률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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