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 호텔이야? 정체성 없는 메디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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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환자 숙박시설’ 부작용 우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31일 의료관광객을 주요 투숙대상으로 하는 의료호텔업 일명 ‘메디텔’ 신설을 주요 골자로 ‘관광진흥법시행령 개정안’ 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의료호텔업을 신설해 의료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하도록 취사시설을 갖추고, 의료관광객의 출입이 편리한 체계를 갖추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의료호텔업이 의료관광객 체류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임을 감안해 의료호텔이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인근에 위치하도록 할 수 있으며, 일정수준 이상의 의료관광객 유치 실적을 가진 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유치업자가 의료호텔업을 운영토록하여 의료호텔업 목적에 맞는 운영을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숙박시설을 합친 메디텔이 생기면 의료와 관광을 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의사협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않다. 의사협회는 메디텔이 좋은 진료를 받기 원하는 외국인들을 유치하고 현재 과잉 공급된 의사와 의료기관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케한다는 점 등의 순기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기본적 문제인 ‘저수가제도’ 가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메디텔 건립에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저수가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호텔업이 도입될 경우, 특정 분야와 병원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의료기관 간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에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이 심한 마당에 숙박시설까지 갖춘다면 입원이 아닌 외래환자들까지 흡수해 지방의 중소 병원들이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투숙대상에 내·외국인 구분이 없기 때문에 외국 환자의 유치보다는 국내 지방환자의 유치 경쟁으로 인해 법안의 원래취지인 외국 환자 유치와 관광산업 육성은 퇴색하고 결국 국내 의료기관 간 불균형 심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메디텔은 대부분 입원이 필요 없는 외래환자를 위한 숙박 시설이 될 텐데, 이는 필연적으로 상업적 성격이 강한 미용성형이나 고가의 건강검진, 유사의료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호텔에서는 술을 즐기는 등 유흥과 오락이라는 나름의 기능이 있는데, 기준이 모호하면 병원 기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며 “외국인 환자로 채우지 못했을 경우 결국 국내 장사를 해야 하는데 특정 병원이 추천하는 테라피라든지 각종 사업들이 남발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병원이 호텔을 경영하면 이를 외국인 환자에게만 허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도 결국 외국인 환자만으로는 호텔을 채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일반 투숙객을 받던지, 아니면 국내환자들의 숙박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허용되었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영리병원이 외국인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어렵다면서 국내환자까지 허용하는 것과 같은 수순으로 국내환자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했다. 현재 외국인 환자 규모가 국내 체류 노동자 등 외국인 진료까지 합해 15만명 정도로 대형병원의 경우에도 환자의 0.6%에 불과해서 외국인 환자만으로는 사실상 호텔 경영이 어렵고 결국 지방 환자들을 겨냥한 국내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을 외국인에 한정해야 한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관광진흥법상에서 호텔 손님의 국적을 따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메디텔의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둘 지, 병원 쏠림 현상과 의료 상업화 등 각종 부작용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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