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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가면 쓴 불법 숙박업소 활개

관리자 |
등록
2014.07.01 |
조회
15568
 
제도권 편입시켜 관리 철저히 해야
 
물품이나 서비스를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개념인  ‘공유경제’ 가사회운동으로 확대되면서 숙박업계에도 공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숙박공유 사업의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남는 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 전부다. 일종의  ‘민박’ 이라고 볼 수 있다. 숙박공유 사업은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숙박공유 사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빈 방 또는 빈 집을 여행자에게 임대하던 단순한 민박 형태는 점차 거대 기업화 되었다. 일례로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숙박공유 사이트 A사의 기업가치는 11조원으로 추산된다. A사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개인들이 빈 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중개하고, 거래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는다. 구체적인 매출액이나 수익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사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이나 하얏트 호텔 체인을 능가하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유경제’ 의 탈을 쓴  ‘변종 호텔’ 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서울 종로·홍대앞·강남 등에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여러 채 임대해 A사를 통해 숙박을 제공하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천여 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부산·제주 등에도 200~300개가 등록돼 있고, 시장규모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상당수의 거주시설이 사실상 숙박업소로 운영되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과 개인이 빈 방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위생관리를 할 필요도 없고, 방염시설을 설치하거나 소화기기를 갖출 필요도 없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여행자가 숙박공유 객실에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보상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 A사는 숙박공유 객실로 이용되는 집이 손상될 경우 최대 12억원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여행자가 사고를 당할 경우에 대한 보상책은 없는 상태다. 숙박공유 사업이 확산될수록 기존 숙박업소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A사를 비롯한 숙박공유 기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단독주택이나 두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 외에, 아파트가 세 채 이상 있는 건물에서 30일 이하의 기간 동안 아파트를 전대(sublet)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미국 뉴욕 주에서는 이를 위반한 혐의로 작년 가을 A사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임대 사업에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의 원천이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뉴욕주에 소재한 A사 숙박 호스트 중 60% 이상이 불법 전대수익을 의심받고 있다.

결국 뉴욕주 검찰청은 지난 5월부터 A사로부터 집주인 정보를 넘겨받아 방을 대량 임대한 불법 사업자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도 임시면허 없이 개인 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숙박공유 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업무시설로 구분된 오피스텔을 숙박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법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이유로 숙박공유 사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숙박업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과세 및 안전관리가 어렵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숙박공유 사업이 일부 지역에서만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제도화 논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 숙박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소비자의 안전 위협, 탈세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숙박공유 사업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훗날 더 큰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숙박공유 사업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고쳐야 할 법이 많다면 차근차근 고쳐나가면 된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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