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시설인 유스호스텔이 엔데믹 상황을 맞이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관광숙박산업의 트렌드에 맞춰 애견 동반 객실을 갖추거나 숙박예약플랫폼을 확대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별로도 계속해서 유스호스텔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기존 관광숙박시설과 직접 경쟁 관계에 놓일 전망이다.

먼저 동대문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풍유스호스텔은 적자난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숙박예약플랫폼을 확대하기로 했다. 숙박권 판매 대행 기업과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온라인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객을 확대한 것이다. 동대문구의 이 같은 결정은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유스호스텔의 판매 저변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한 용산구에서 제주도에 건립해 운영하고 있는 용산유스호스텔은 구민을 대상으로 50% 할인 혜택을 적용해 객실을 판매 중이며, 애견 동반 객실까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3kg 미만 소형견만 동반 투숙이 가능하도록 했고, 1층에 위치한 2개 객실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 역시 일반인을 모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스호스텔이 기존 관광숙박산업의 트렌드를 차용해 서비스 강화와 플랫폼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적자·운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른 청소년수련시설인 유스호스텔은 법적으로 청소년 활동에 사용되어야 하고, 청소년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연간이용가능인원 수의 100분의 40 이내)에서 일반인에게 객실을 제공할 수 있다.

유스호스텔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크게 위축됐다. 전국의 학교와 교육기관 등이 비대면 수업을 강화하면서 청소년들의 단체활동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스호스텔의 주요 매출이 청소년 수련활동이나 단체활동 등을 유치하는 것에 의존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3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많은 유스호스텔이 문을 닫고 있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유성유스호스텔을 복합문화예술센터로 건립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했고, 문경시에 위치한 문경새재유스호스텔은 최근 문경 그랜드 리조트로 재탄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어려워진 유스호스텔의 사정을 고려해 민간기업에 넘겨 전문적인 숙박시설로 운영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자체에서는 계속해서 유스호스텔 건립 계획을 발표 중이다. 전남 고흥군은 최근 썬밸리 그룹과 유스호스텔 건립을 위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했고, 경남 의령군은 유스호스텔 건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강원도 고성은 지역 관광숙박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스호스텔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며, 진주시에서는 최근 폐교한 국제대 캠퍼스를 유스호스텔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유스호스텔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지역 정치에서 실적으로 활용하기에 긍정적이라는 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예산 낭비의 비판을 의식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존 관광숙박시설에는 객실의 총량이 늘어나는 등 영업환경에 부정적이고,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공정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관광숙박산업 관계자는 “유스호스텔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건립하고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예산이 보조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유스호스텔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경쟁을 강화한다는 것은 숙박업 경영자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물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공룡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