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법제화로 인한 갈등구조가 새로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에는 관광숙박산업과 공유숙박 법제화를 추진하는 국회 또는 정부간 갈등이 있었다면, 정부가 타협안을 만들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숙박업종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공유숙박 법제화를 두고 서로 다른 숙박업종에서 규제강화와 규제완화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공유숙박업의 연간 최대 영업일수다. 정부에서는 180일의 영업일수를 제안한 상황이며, 이를 두고 기존 숙박산업에서는 모두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반대의 이유가 서로 다르다. (사)대한숙박업중앙회(회장 전경재, 이하 숙박협회)를 비롯한 기존 숙박업계는 영업일수를 제한하더라도 정부에서 관리·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식적인 규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유숙박업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제안하고 영업일수 제한이 공유숙박업을 도입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이하 도시민박)업계는 영업일수에 제한을 두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사실 도시민박업계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내국인 숙박서비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미 숙박시설로 영업허가를 받은 도시민박사업자들은 공유숙박업을 돌파구로 해석하고 있다. 내국인에게도 합법적으로 숙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는 지난 10월 22일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 도시민박협회 정대준 사무국장은 “숙박업은 24시간 관리가 필요해 취미로 접근할 수 없는 힘든 직업”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내국인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줄테니, 6개월만 영업하고, 6개월은 놀라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도시민박업계가 영업일수에 제한을 두는 정부방침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기존 관광숙박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숙박업, 농어촌민박업은 공유숙박업 도입을 전면 반대하고 있고, 도시민박업계는 조건부 찬성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모든 숙박업종이 동일하게 공유숙박업이 도입될 경우 객실의 총량이 늘어나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도시민박업을 도입할 당시 정부가 내건 내국인 영업제한이다. 객실총량증가 등 대의명분에서는 도시민박사업자들 역시 유사숙박업종의 난립을 반대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내국인 대상 숙박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공유숙박업을 도입해 업종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30일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을 최초로 도입했다. 도입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가정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업종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도심권에서 쉽게 숙박업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변질됐다. 보통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전원주택 등을 개조해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오피스텔 또는 원룸과 유사한 형태로 건축물을 신축해 숙박업과 별 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고 있다. 입법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는 것은, 도입 당시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유숙박업 도입을 두고 기존 관광숙박산업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관광숙박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민박업은 입법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고, 내국인 영업금지가 아킬레스건이 됐다. 또한 농어촌민박 역시 대형 숙박사업자가 풀빌라 리조트에 대한 운영권을 허가받는데 변칙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구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허용한 서울 지하철역사 1km 이내 공유숙박플랫폼은 활성화에 실패하고 있다. 숙박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접근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광숙박산업에서는 숙박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개별법 제정 및 소관부처를 통일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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