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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진흥하는 ICT 규제 샌드박스, 기존산업 생존권 위협

관리자 |
등록
2020.03.04 |
조회
7193
 

불법 진흥하는 ICT 규제 샌드박스, 기존산업 생존권 위협

공유숙박 플랫폼 준비 중, 빈집재생프로젝트 사업도 실증특례 신청
▲ ICT 규제 샌드박스 공유숙박 플랫폼 허용에 따른 관련협회와 정부부처간 간담회 현장

정부가 경제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ICT 규제 샌드박스가 기존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유숙박 플랫폼의 경우 사회적 합의라는 단계를 건너뛰고 실증특례를 적용해 무리한 경제진흥정책이 기존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시행 1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 1년 동안 102건이 처리됐다. 총 7차례의 심의위원회가 진행되어 40건을 신규 지정해 최종 16건이 시장출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공유숙박 플랫폼을 비롯해 모바일 전자고지, 공유주방, 반반택시 등의 사업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유숙박 플랫폼의 경우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시 지하철역 1km 이내 공유숙박업소 4,000개를 대상으로 사업이 허용됐다. 다만, 사업의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호스트 거주 ▲연 180일 영업일수 제한 ▲연면적 230제곱미터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이웃 동의, 세입자의 경우 소유주 동의 ▲숙박시설에 소화기 1개 이상, 일산화탄소 경보기, 객실별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등이 필요하다.


또한 공유숙박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호스트만 선별해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며, 그 밖에도 ▲이용자 상시 불만 접수 및 처리 체계 ▲호스트 대상 정기교육 ▲심각 반복적 주민 민원 발생한 호스트 제외 ▲호스트 정보 정기보고 ▲이용자 후기 및 평점 공개 등의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사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ICT 규제 샌드박스로 사업이 허용됐지만, 시스템을 갖추는 시간이 필요해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유숙박 플랫폼이 위 조건의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출시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호스트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에어비앤비가 존재하며, 에어비앤비는 정부가 호스트에게 부여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호스트로 등록해 숙박을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유숙박을 판매하고 있는 호스트의 90%는 불법업소다. 호스트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허용한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세원노출 등 불이익이 많다.


하지만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공유숙박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수정·보완하는 플랫폼의 등장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빈집재생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는 다자요가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황이다. 다자요는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숙박시설로 재생해 일반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기업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정부로부터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까지 거론된 바 있다.


문제는 다자요가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숙박시설로 대체해 운영하기 위해서는 농어촌민박업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농어촌민박업은 농어촌민이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경우에는 숙박시설로 허가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자요와 ICT 규제 샌드박스 담당부처는 농어촌민의 거주조건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연히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사)농어촌민박협회 역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농어촌민박업의 소관부처와 관련협회가 이처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법률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농어촌민박업은 농어촌민의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기업형 대형자본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농어촌민의 실거주 조건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를 삭제한다면 농어촌민박업이라는 업종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ICT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법률의 입법취지까지 흔드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ICT 규제 샌드박스는 공유숙박 플랫폼 사업을 허용할 당시 사회적 타협을 통해 신사업을 허용하겠다는 제도의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대한숙박업중앙회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묵살하고 사전고지 없이 공유숙박 플랫폼 사업을 일방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중앙회에서는 펜션협회, 호텔업협회 등과 연대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의 사업자 규모만 5만 이상이다. 여기에 공유숙박이나 빈집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숙박시설이 추가될 경우 객실의 과잉공급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며,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권에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산업종사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허가하고 법질서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는 ICT 규제 샌드박스는 충분한 사회적 타협없이는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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