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 발표 최저임금 못 받은 근로자 301만1,000명… 차등적용 필요성 강조 노동계 "특정 업종 취업 기피 현상·노동력 질적 저하 우려" 반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300만명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노동계가 이를 강하게 반박하면서 다음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심의를 앞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경총은 지난 5월 16일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에서 “2023년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301만1,000명(미만율 13.7%)로 전년 수치 275만6,000명(미만율 12.7%)보다 높아졌다”며 “2020년부터 감소하던 미만율이 다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임금근로자 10명 중 1명 이상 꼴로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란 전체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비율을 말한다.
경총은 최근 7년간 52%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부담이 누적되어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어업, 숙박·음식점업 등의 경우엔 10명 중 3~4명은 최저임금을 하회하고 있다. 집계된 업종별 미만율은 큰 격차를 보였는데 농림어업 43.1%, 숙박·음식점업 37.3%로 전문·과학·기술업 2.1%, 수도·하수·폐기업 1.9%와 최대 41.2% 차이가 난다.
사업장 규모별 미만율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서 32.7%에 해당하는 125만3,000명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2%에 불과했다. 경총은 5인미만 규모 사업장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시장에서의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 상당 기간 최저임금을 안정시키고, 업종에 따른 경영여건 및 지불여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숙박업경영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주휴수당의 부담도 지적한다. 인천에서 숙박업을 경영하고 있는 A씨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주휴수당까지 주는 나라는 드물다.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주휴수당은 제외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숙박업 특성상 연장수당, 야간수당 등이 발생하는 상황이 빈번한데 도저히 감당이 안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급주휴에 대해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2023년 우리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로 그 자체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법정 유급주휴시간까지 고려하면 24.3%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의 사업체에서는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적어도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종에 따른 경영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것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경영계의 주장을 반박·비판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노동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가 가능한 하한선을 설정해 노동력의 질적 저하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만큼 차등적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되면 특정 산업군이나 기업에 '저임금'이라는 낙인 효과로 관련 산업에 취업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한 해외 국가들을 보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특정 업종 임금을 결정하고 있어 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의 차등적용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윤 정부 첫 최임위가 구성되어 5월 21일 첫 전원위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오래전부터 매년 최임위 심의 과정에서 반복되는 논쟁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 보수성향의 공익위원들이 새롭게 선임됐기 때문이다. 최임위 위원은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으로 나뉘며 모두 9명씩 구성된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만약 표결에서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줄 경우 차등적용 통과도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