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숙박업은 청소년의 출입은 가능하다. 고용이 금지되어 있을 뿐이다. 다만, 이성 간 혼숙은 다르다. 청소년보호법 30조 8호에서는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위반 횟수마다 3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결국 숙박업은 청소년의 출입은 자유롭지만 이성 간 혼숙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미필적고의
사실 청소년의 숙박업소 이용은 혼숙을 제외하고 민법상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모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객실 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숙박업 경영자에게 보호와 관리의 법적 책임을 묻게 된다. 이 밖에도 청소년이 객실을 이용하며 다양한 청소년 유해행위를 한다면, 이 역시도 숙박업 경영자에게 다양한 책임 소재가 뒤따를 수 있다.
더구나 청소년의 출입을 전면 허용하면서 혼숙만 골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이에 대부분의 숙박업 경영자들은 사실상 모든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혼숙이 발생할 경우 숙박업 경영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이와 관련한 판례들은 그동안 무수히 등장했다. 특히 숙박업에서의 청소년 이성혼숙 관련 판례 중 가장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는 2001년에 등장했다. 사건번호 2001도3295는 사실상 숙박업 경영자가 청소년 혼숙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판부가 반드시 참고로 활용하고 있는 판례다.
2001도3295 판례는 청소년 이성 혼숙을 금지하는 규제에 대해 숙박시설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불분명할 때 등장한 판례다. 소송에서 원고인 숙박업 경영자는 신분증이 없어 구두로만 나이를 물어 확인했다는 점, 이성 중 전부가 청소년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은 성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대법원까지 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성혼숙’은 남녀 중 일방이 청소년이면 족하고, 반드시 남녀 쌍방이 청소년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이성혼숙이 발생하기에 앞서 숙박요금을 지불 받았고, 신분증이 없어 구두로만 나이를 확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필적고의를 인정했으며, 객실출입 후 바로 경찰 단속에 적발되어 성관계를 맺지 못했다고 해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사실상 청소년 혼숙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3295 판결
【판시사항】 [1] 이성혼숙을 하려는 자가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여관업주가 취하여야 할 조치 [2]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여관업주의 미필적고의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여관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성혼숙을 하려는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차림새 등에서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신분증이나 다른 확실한 방법으로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청소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이성혼숙을 허용하여야 한다 [2]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여관업주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사례.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는 누구든지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률의 입법 취지가 청소년을 각종 유해행위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감안하면, 위 법문이 규정하는 ‘이성혼숙’은 남녀 중 일방이 청소년이면 족하고, 반드시 남녀 쌍방이 청소년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성년 남자와 청소년 여자를 한 객실에 투숙시킨 행위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이성혼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여관업을 하는 자로서 2000. 5. 23. 17:50경 미성년자 공소외 1(18세)과 그 일행인 공소외 2(36세)를 손님으로 받아 금 13,000원을 받고 투숙시켰고,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혼숙을 시키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으며,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성관계를 목적으로 투숙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청소년 이성혼숙 영업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청소년보호법의 입법 취지와 청소년의 이성혼숙 영업을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비록 여관에의 청소년 출입에 대하여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법시행령 제16조, 제20조 제1항과 같은 연령확인의무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관업을 하는 자로서는 이성혼숙하려는 자의 외모나 차림 등에 의하여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신분증이나 기타 확실한 방법에 의하여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청소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이성혼숙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단지 구두로만 연령을 확인하여 이성혼숙을 허용하였다면, 적어도 청소년 이성혼숙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서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사실인정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성관계를 목적으로 찾아 온 공소외 1과 공소외 2를 투숙시킨 이상 투숙 직후 경찰에 단속되는 바람에 그들이 상당한 시간동안 객실에서 지내지 못하고 성관계도 맺지 못하였다고 하여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혼숙을 하게 한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 이규홍 손지열(주심) |
마치 헌재의 합헌 결정과 같은 판례
2001도3295 판례가 법률의 내용을 판단한 판례라면, 2003년에 등장한 대법원 판례는 마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이 법률내용의 정당성을 판단한 판례다. 쉽게 풀이해 설명하면 법률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다양한 이유로 법률 내용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번호 2003도5980 판례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사실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의미 역시 다루고 있지만, 2001도3295 판례를 인용한 수준에 그친다.
대법원은 먼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여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숙박업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청소년의 사생활보호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성혼숙을 금지한 청소년보호법의 법률 내용이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고, 직업선택의 자유, 청소년의 사생활보호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으로, 숙박업의 청소년 이성혼숙을 제한한 법률 내용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같은 판례는 결국 관련 법 개정을 어렵게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숙박업계에서는 청소년 출입 관리에 대해 법 개정이나 죄책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법적 책임의 소재를 변경하는 형태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대한숙박업중앙회에서는 청소년이 성인과 함께 출입한 경우 숙박업 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대신 청소년이나 청소년을 동반한 성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는 형태의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980 판결
【판시사항】 [1]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 소정의 ‘청소년 이성혼숙’의 의미 [2]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3]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는 누구든지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률의 입법 취지가 청소년을 각종 유해행위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감안하면, 위 법문이 규정하는 ‘이성혼숙’은 남녀 중 일방이 청소년이면 족하고, 반드시 남녀 쌍방이 청소년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2]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 소정의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의 의미는 청소년보호법의 입법 취지, 입법연혁, 규정형식에 비추어 볼 때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침해하는 영업행위 또는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구체적인 예가 바로 위 규정에 열거된 “청소년에 대하여 이성혼숙을 하게 하거나 그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이라고 보이는바, 이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어서 위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여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3] 청소년을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청소년보호법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청소년의 이성혼숙 영업을 금지하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 제8호의 입법 취지,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숙박업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및 청소년의 사생활 침해의 정도와 위 법률조항이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게 되는 공익을 비교할 때에 전자의 불이익에 비하여 후자의 공익이 훨씬 크고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숙박업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청소년의 사생활보호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