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은 게임과 미디어 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관련 시스템이 처음 공개된 이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노래방, PC방과 같이 VR방까지 등장했지만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숙박업과 접목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VR을 접목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VR(Virtual Reality)이란 PC를 이용해 현실과 가까운 가상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기술을 의미한다. 흔히 PC와 연결한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3D로 구현된 가상의 공간을 시각과 소리로 체험하는 형태다.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적인 환경을 디지털 그래픽으로 표현해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스크린 골프장의 디스플레이 환경 역시 VR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VR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일반 소비자용 제품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이들 기업들이 등장하기 전에는 파일럿, 항공 승무원들의 훈련 등에서 주로 사용됐으며, 이 보다 앞선 2015년에는 삼성에서 기어VR을 출시하면서 모바일용 VR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마트폰을 삽입한 HMD의 렌즈를 통해 VR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모바일용 VR이다.
처음 소비자용 VR이 소개된 이후 IT 산업에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본격적으로 VR방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도 2016년부터다. 주로 카페와 접목한 환경에서 시간당 이용요금을 지불하고 VR 시스템을 갖춘 PC와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았다. 사업적으로 단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VR방은 한 개의 장치가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HMD를 착용한 상태에서 주력 콘텐츠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반경 3미터 내외의 공간은 필수적이다. 특히 생소한 시스템을 소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장치마다 1명의 안내원이 필요했고, 이용자가 넘어지거나 벽에 부딪치는 경우 파손도 우려됐다. 무엇보다 VR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도 한 몫하며, 어지러움을 느낀다거나 이질감을 느껴 1회성 이용에 그치지는 경우도 많았다. 꾸준한 수요와 수익성에서 경쟁력이 낮은 것이다.
이 때문에 VR방은 소비자들이 주력으로 이용하는 콘텐츠가 게임이라는 점에서 PC방과의 접목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PC방은 클라이언트 좌석 간 간격이 좁고 앉은 자리에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 주로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시뮬레이터와 같은 VR의 이용비율이 낮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예 PC방 내부에 VR 시스템을 도입한 PC방도 등장했지만, 시간당 이용요금이 18,000원에 달해 고객층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숙박업은 상황이 다르다. 일반 소비자용 VR 시스템이 공개된 이후 일부 호텔에서 VR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마케팅과 영업환경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호텔의 객실 내 VR 시스템은 이용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미 넓은 공간이 확보된 상태이며, VR을 이용할 때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동작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염려도 없다.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더구나 게임 뿐 아니라 영상 매체를 이용하기에도 적합하다. VR방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영상물을 시청하기에는 비싼 이용요금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다. 차라리 극장을 방문하는 것이 가성비가 더 낫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장시간 이용 가능한 호텔의 객실에서는 영화 한편을 즐기는데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여전히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자연스럽게 게임과 영상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숙박업의 장점이다.
도난이나 파손을 대비한 장치를 마련하고 고객이 보다 손쉽게 VR 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마련한다면 파티룸, 커플PC와 함께 호텔 객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VR을 즐길 수 있는 장치는 HMD에서 벗어나 안경 정도를 착용한다거나 굳이 PC와 연결하지 않고 HMD 장치 내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형태로 개선될 예정이다. 데스크톱 PC가 휴대전화에 담긴 것과 같이 경량화, 소형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숙박업에서 VR을 활용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갖추게 된다는 것으로, 5G 통신망을 이용한 첨단 IT 기술이 숙박업과 접목되어 발전할 날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숙박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ww.sukbak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