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이 도출된 이후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큰 산을 하나 넘은 정부가 언제 다시 공유민박 법제화를 꺼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유민박 법제화는 큰 사회적 갈등을 만들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공유민박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유발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공유민박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누구나 남는 방을 숙박시설로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카메라 설치 문제, 성범죄 문제, 불친절, 서비스 미이행 등과 같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라마다 정부에서 가장 크게 주목했던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반(反) 관광 행진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시위자들은 공유민박으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고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으로 도시미관이 더렵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에서는 미허가 공유민박 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암스테르담과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과 함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미국의 주요 관광도시 등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관광도시의 거주민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공유민박이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 법안들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뼈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이 자본에 밀려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단순히 임대료 인상만이 문제가 아니라 원주민에게 필요한 식료품점, 편의시설들이 자전거대여점과 같은 관광시설로 바뀌어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들도 포함한다.
최근 카일 배런 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 등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리스트가 10% 확대될 때마다 임대료는 0.42%, 주택 가격은 0.7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도시 조건으로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가 1% 증가하면 임대료는 0.018%, 주택 가격은 0.026% 오른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연평균 성장률이 44%에 달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JRI 정책이슈브리프 ‘공유숙박 확대 허용에 따른 제주지역에의 영향 전망 및 대응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제주도 내에서는 전체 숙박업소 객실의 공실률이 높기 때문에 공유민박이 확대될 경우 지역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 임대료와 주택 가격 인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유민박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의 기본 골자는 대규모 자본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공유민박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 수익보다 공유민박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질 경우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도 공유민박 수익이 임대 수익보다 높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든 후 공유민박 법제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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