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숙박업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를 둘러싼 국제 분쟁에 우리나라가 휘말리면서 제2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매출이 급감한 숙박업은 여전히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최대 IT 기업 화웨이에 대해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구글, 인텔과 같은 미국 내 기업과 함께 영국, 일본, 대만 등의 동맹국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되어 있으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중국에 정보를 넘겨주는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국제 협력 단체들도 동참하고 있다. 당장 국제와이파이협회가 화웨이를 배제했다. 국제와아파이협회는 와이파이와 관련한 글로벌 기술 표준을 정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공유하는 국제 협력 단체다. 또 SD메모리카드의 글로벌 기술 표준을 공유하는 단체인 SD협회에서도 화웨이의 참여를 제한했다. 글로벌 기술 협력에서 잇따라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우리나라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입장만을 수용할 수 없는 처지다. 만약 정부가 나서 화웨이에 대한 거래 중단 등 미국의 입장을 관철할 경우 2016년 촉발된 사드 보복 사태와 같이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한령이라고도 불렸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2017년 기준, 최소 8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사드 보복은 숙박업에도 직접적인 매출하락을 야기했다.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2010년 약 40만명에서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에 300만명이 넘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관광호텔 건립을 허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한한령이 발령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했다. 결국 숙박업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면서 요금을 인하하는 출혈경쟁이 심화됐고, 경매에 노출되는 숙박업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정부는 우선 미국 측에서 강하게 압박이 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정부가 기업 간 거래에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고객사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하다. LG전자는 국내 5G 통신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당장 이를 폐기하거나 다른 장비로의 교체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롯데가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중국은 경제 보복에 대한 인상을 감추고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조치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며, 한편에서는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사실 요우커는 최근 FIT(개별 자유여행객)를 중심으로 사드 보복 이전 수준까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숙박업의 영업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뜻하지 않게 숙박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파급력을 나타내면서 이제는 숙박업 경영자들이 미·중 무역 갈등을 긴장하며 지켜봐야 할 상황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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