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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재 중앙회장 인터뷰] "겉으론 상생, 실상은 매출 도둑"…숙박앱 '수수료' 얼마길래

관리자 |
등록
2020.04.20 |
조회
6469
 


[앵커멘트]
최근 배달앱 서비스 배달의민족(배민)이 광고 수수료 정책을 변경했다가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자진 철회하는 일이 있었죠. 그런데 이같은 광고비, 수수료 문제는 숙박앱에서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플랫폼 사업자 규제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리포트 먼저 보시죠.


[기사내용]
서울 한 집단 숙박업소 지역에 우뚝 서 있는 중소형 호텔.

숙박앱 야놀자의 프랜차이즈 시설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 장소로 부각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숙박업자들에게는 손님을 빨아 들이고, 광고비까지 쏟아 붓게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

정경재 /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 : 야놀자나 여기어때에서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자기들이 만들어 놔요. 그 업소를 제일 상위에 광고하고. 손님 쏠림 현상이 일어나니까 그 지역에 있는 업주들이 할 수 없이 그걸(광고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어요.

현재 야놀자와 여기어때 국내 양대 숙박앱이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10~15% 수준입니다.

여기에 별도로 최소 20만원대에서 최대 500만원대 광고비가 붙는데, 수수료에 광고비까지 합쳐 매출의 30% 이상을 숙박앱이 가져가는 일도 흔합니다.

최근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배달 건당 5.8%씩 수수료를 부과하려다 국민적 지탄을 받았는데, 숙박앱이 떼가는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숙박업자들에게서 받은 돈으로 숙박앱 회사는 쑥쑥 커나가는 중입니다.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된 야놀자의 작년 매출은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78.8%나 늘었습니다.

여기어때는 2018년 전체 매출 규모가 32.5% 상승했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수수료를 내세운 숙박앱이 독점적 영향력을 확대한 뒤에는 막대한 비용을 떼 가자, 업계 종사자들이 느낀 배신감과 불만은 폭발 직전입니다.

이처럼 독점화된 플랫폼 기업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계속되면서 규제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1) 앞서 리포트에서 본 것 처럼, 숙박앱들의 수수료 횡포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취재 기자를 만나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기자) 네, 예를 들어 1000만원 매출이 난다면, 수수료로 10%, 즉100만원을 떼 가고, 여기에 앱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200만원짜리 광고까지 하면, 부가세를 포함해 숙박앱이 총 320만원을 떼 가는 식인데요. 인건비, 각종 운영비 등을 제하면 실제로 업자 손에 넣는 돈은 별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숙박시설은 상권이 형성된 곳 등 특정 지역에 여러 개가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경향이 많은데요, 이런 가운데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숙박앱 회사가 그곳에 프랜차이즈 숙박시설을 심어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면, 그 주변 숙박업소들은 다 죽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불가피하게 광고를 할 수밖에 없어 이들 업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아주 큽니다.

숙박앱들은 또 광고비를 낼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객실 운영권을 가져가 수익을 내는 등 돈 버는 일에 굉장히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대외적으로는 제휴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매출 도둑'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몇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숙박업소 사장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횡포를 지적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야놀자의 경우, 지난해 말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이 같은 맥락의 비판을 댓글로 단 한 모텔업주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야놀자 대표가 모텔업주들에게 빨대를 꽂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같은 비판 속에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몸집을 불리는 등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요.

리포트에서처럼 매출 규모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M&A로 기업 가치 제고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2016년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숙박앱 3위 '데일리호텔', 글로벌 객실관리시스템 기업 '이지 테크노시스' 등 그간 총 9 건의 M&A를 진행해 몸집을 불렸습니다.

여기어때는 영국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CVC캐피탈에 인수되며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해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이렇게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정작 제휴업체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져만 가는 상황입니다.

최근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정책 변화로 크게 질타 당한 일에 주목한 숙박업소 사장들은 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찾아가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가 공공 배달앱을 내세우는 등 배민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데 따라, 숙박앱 횡포도 주의깊게 봐 달라는 겁니다.


앵커2) 배민도 그렇고, 잘 알려진 앱 서비스의 광고 수수료가 문제네요. 그런데 그렇게 부담이 크면 앱을 안 쓰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하지만 그게 녹록치 않습니다. 상권에서도 벗어난 한 소형 숙박시설 사장님은 코로나19로 매출이 뚝 떨어져 직원 한 명은 잘랐지만, 야놀자 제휴는 이어가고 있다고 했는데요. 수수료가 부담이긴 하지만, 대다수 젊은 고객층이 앱을 통해 유입되고 있어 안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배민도 마찬가지였죠. 수수료 정책 변경에 불만 목소리가 큰 와중에도 음식점 사장님들은 이미 의존도가 높은 배민을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앵커3) 배달앱이나 숙박앱이나, 플랫폼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그러다 보니 점차 불공정 거래 논란이 이는 것 같던데 어떤가요?

기자) 네, 각계에서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 이로 인한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배민 사태를 보고, 정부와 국회가 반복되는 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플랫폼 기업과 중소상인, 배달노동 등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요. 참여연대 관계자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김주호 / 참여연대 민생 팀장 :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다보니, 이를 규제해야하냐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있는데, 아직까지 EU 정도를 빼놓고는 이런 주장을 만든 나라가 없어요. 한국도 아직 도입이 안 돼 있는 상태고. 플랫폼 독과점 기업들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거의 법으로 규율이 많이 돼 있는데,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하고만 관계를 맺는 게 아니고 거기에 납품하는 업체들. 배민의 사례에서는 거기 실제 음식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업체들이, 중소상인들이 되는 거고. 그거를 배달하는 배달노동자와의 관계가 또 있는 거고. 소비자와 배민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있어요.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은 있는데. 문제는 중소상인과 배민을 규율하는 법이 딱히 없어요.]


앵커4) 결국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규제가 기업을 죽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배민 사태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문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특히 플랫폼 시장처럼 발전해 나가는 시장의 경우 다른 시장과 달리 먼저 진출한 회사가 외관상 독점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조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등 소위 말하는 독점 기업에 견줄 정도는 아니고, 얼마든지 후발 사업자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5) 앞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어떻게 할까요?

기자) 네, 일단 이들도 배민 사태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먼저 야놀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업계를 지원한다며 다음달부터 중소형 호텔 제휴점을 대상으로 최소 광고비를 50% 이상 인하하고, 지역이나 상권에 따라 최대 90%까지 추가 인하한다고 했습니다.

또 예약 대행 서비스만 이용하는 제휴점 수수료는 최대 3%포인트 인하한다고 했는데요. 시행 전부터 제휴점들은 실효성보다 생색내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 상황입니다. 여기어때도 조만간 수수료 인하 방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앵커6)네,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황이화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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