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공유민박업, 안전확보와 각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

앞서 도입한 해외에서 에어비앤비 고객피해 심각

현재 정부는 한국판 에어비앤비인 ‘공유민박업’을 도입하기 위해 강원·부산·제주를 중심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시범운영 후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일반인이 빈방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빌려줄 수 있는 공유민박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앞서 숙박공유서비스를 도입한 해외에서 에어비앤비 고객들의 심각한 피해사례가 급증하여, 공유민박업은  허울만 좋을 뿐 안전 확보를 비롯한 각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집이나 방을 단기간 빌려주는 호스트와 숙소를 찾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공유서비스다. 이를 통해 집주인은 남는 빈방을 활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좋고, 여행객은 현지인의 집에서 묵으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중개해주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숙소품질이나 안전 등은 보장해 주지 않아 이용고객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호스트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 여행객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본 오사카의 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침대 밑에 카메라(웹캠)가 작동하고 있는 것을 이용고객이 발견해 큰 논란이 됐었다. 카메라를 발견한 고객은 “웹사이트에서 이 숙소에 대한 40여개의 후기가 모두 극찬이여서 별다른 고민 없이 믿고 이용했는데, 침대 밑에 있는 카메라에 대해 정작 호스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사례로, 2015년 7월 한 미국인 여행객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다가 호스트에게 강간을 당했다. 당시 피해자는 어머니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구조 요청을 받은 어머니는 에어비앤비 고객센터로 연락해 해당 숙소의 주소를 요구했으나 ‘규정상 어긋나니 경찰을 통해 연락하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2년 전 김모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호주의 한 숙소를 예약했으나 막상 가보니 방하나만 사용할 수 있었다. 황당한 김씨는 호스트에게 항의했지만, 호스트는 언성을 높이며 “이 가격이면 방 하나짜리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답했다. 김씨는 겁에 질린 부인을 데리고 차를 몰고 나와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결국 환불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환불을 떠나서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갑자기 숙소를 찾아야 하는 이용객의 불편함과 불안감은 얼마나 크겠냐”라며, “이 일을 겪은 이후로 다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웹사이트에 기재된 과장된 정보만 믿고 실제로 숙소에 가서 낭패를 본 이용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에어비앤비 측은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이용객에게 ‘호스트와 원만히 해결하라’ 혹은 ‘환불해줄테니 다른 숙소를 알아보라’라는 식으로 답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아직 시범운영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결정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아직까지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많은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공유민박업이 도입되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위의 사례처럼 심각한 피해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관련 소비자 상담은 올해 들어 20건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법인이 아닌 해외 사업체라 소비자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 사업장은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해외 서비스를 사용한 소비자들 피해사례는 ‘국제거래소비자포탈’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는 “24시간 전 세계 고객센터를 가동하고 있어 현지에서 문제가 생겨도 언제든 대응이 가능하며, 한국법인에서도 자체 콜센터를 운영해 한국어로 상담할 수 있다”라며,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이용객의 피해가 명확하게 입증되는 경우 회사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피해 보상을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에어비앤비의 처리방식을 보았을 때, 이 대답은 신뢰성을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용고객의 안전문제와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국내에서 이를 도입할 경우, 숙박공유서비스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사)대한숙박업중앙회는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공유민박 간담회에서 전국 숙박사업자를 대표하여 “공유민박의 실질적 운영 및 관리감독에 대한 뚜렷한 체계없이 공유민박업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숙박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매매, 미성년자 혼숙, 범죄 노출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이용고객의 피해사례가 급증하면 한국관광이미지가 훼손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내 숙박산업과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강조하며 공유민박 도입에 대한 강력한 반대 견해를 밝힌 바 있다.